"우리 고유의 브랜드로 미국시장을 뚫는다"

온 나라가 물난리로 떠들썩하던 지난해 여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세계 골프용품 시장에 작지만 의미있는 사건이 벌어
졌다.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당당히 자체 상표를
달고 골프백 수출계약을 맺은 것.

비록 액수는 크지 않지만 국내 토종 골프백의 미국 상륙 가능성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두조시스템(대표 전경자)에서 개발한 "두조USA"가 그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8월 미국 시애틀에 설립된 미국 현지법인(두조USA)을
통해 지금까지 10만달러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현재 전세계 골프용품 시장은 미국의 대형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다.

캘러웨이 핑 등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골프용품들은 미국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선 메이저 브랜드를 제외하곤 사실상 시장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이들 메이저 브랜드에 매년 2백만여개의 골프백을 공급하고
있다.

섬유와 봉제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덕이다.

그러나 정작 고유 브랜드는 없다.

전경자 사장은 "그동안 골프백은 모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돼 왔다"며 "생산기술은 우수하지만 차별화된 디자인과 자체 브랜드
개발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조시스템은 골프백의 기능과 사용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을
개발했다.

골프 문외한인 전 사장은 3년간 골프장을 쫓아다녔다.

거기에서 외국 골프백이 체형에 안맞고 클럽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일반
골퍼들의 불평을 귀담아 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초 완제품(상품명 두조)을 처음
내놓았다.

메이저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다보니 개발 기간도 자연히
길어졌다.

전 사장은 "순간적으로 컬러와 디자인이 떠올라 곧바로 만들어내면 시장
반응은 냉담한 경우가 많았다"며 "집안에 걸어두고 3개월간 싫증나지 않아
야만 제품화하는 신중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두조시스템"이란 회사 간판을 내건 것도 이때다.

두조 골프백은 무엇보다 값비싼 클럽의 손상을 막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골프백 안에서 클럽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독립 칸막이캡을 설치,
10개의 아이언클럽을 하나하나 분리보관할 수 있게 했다.

특수연질고무 소재의 칸막이캡은 외부 충격으로부터도 헤드와 샤프트를
보호한다.

아이언클럽을 순번대로 정리하기 때문에 필요한 클럽을 고르기에 편하고
분실 여부가 금방 확인된다.

클럽을 넣거나 뺄 때도 서로 엉키지 않으며 클럽이 골고루 분산돼 가방이
잘 넘어지지 않는다.

두조 골프백은 지난 97년 한국발명진흥회와 산업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각각
우수발명품및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등에 특허등록됐으며 유럽지역에도 출원중이다.

현재 시판중인 제품은 스탠더드 댄디(멋쟁이) 클래식 어퍼클래스등 4종류.

올해 가을께 여성전용 골프백을 포함한 남녀세트형(페어)과 최고급형
(프레지던트)등 신상품이 나온다.

두조 골프백은 지난달 코엑스와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서 열린 골프용품
전시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전 사장은 "올들어 롯데백화점등 유명 숍에서 골프백 판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며 "독일 스웨덴등 유럽지역에서도 수출상담이 크게 늘어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0342)757-1117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