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뱅크 커뮤니케이션즈 ]

지난 3월27일 서울 여의도의 국민투자신탁증권 빌딩에서 열린 한 회사의
주주총회는 아주 색달랐다.

본 행사에 앞서 테너가수와 개그맨이 공연을 벌였다.

이어 컴퓨터를 상품으로 내놓은 퀴즈대회가 있었다.

완전히 잔치분위기였다.

주총 본행사가 시작돼서도 의례적인 보고는 잠깐만에 끝났고 주주들의
질문에 경영진이 답하는 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선 사장과 주주들이 그 자리에서 맥주파티를
벌이며 격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주주들이 받은 주총 선물도 "사이버 기업"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행여 소액 주주들이 올세라 되도록 홍보도 덜하고 후다닥 해치우는 다른
주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공동체)를 표방하는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대표 김진호)
의 주총이었다.

"광고를 봐주면 돈을 준다"는 파격적인 홍보로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바로 그 회사다.

"경영진과 주주들이 쌍방향으로 대화를 나누는 주총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김진호 사장은 말했다.

국내 크레비즈(창조산업)의 성공사례로 빠지지 않는 김진호 사장다운 발상
이다.

골드뱅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지난 97년만 해도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나
얻는 곳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김진호 사장은 사이버공간을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으로 봤다.

네티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센티브를 줘 골드뱅크라는 "가상도시"
를 키운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단 10개월만에 회원이 10만명을 넘어섰고 광고주들도
관심이 대단해졌다.

회원들이 들끓기 시작하자 "골드프라자"라는 쇼핑몰을 열어 다양한 제품을
싸게 팔았다.

사이버 경매와 공동구매등으로 생산자와 회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마케팅
을 벌여 나갔다.

회원들과 가맹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소비자 클럽도 열었다.

이런 사업들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회원수는 계속 늘어 지금은 3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루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만 2만5천명이 넘어 명실공히 "가상도시"
라는 꿈이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올해 골드뱅크의 매출은 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한 인터넷 벤처기업이 2년도 안돼 시장가치
2백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골드뱅크는 현재 사이버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영업점을 두지 않고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이버 증권사다.

이 회사는 이 사업에 1천만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여 화제가 됐다.

미국계 펀드인 라시벤처인베스트먼트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것이다.

골드뱅크는 국내 금융회사와 제휴해 인터넷 파이낸스와 인터넷 보험등
인터넷 금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인터넷 사용자의 금융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해 한국 금융
시장에 새 장을 열 것"이라며 "인터넷 금융을 사업비중이 전체의 50%가 넘는
주력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별정통신업체의 인터넷 특수 유통대리점 사업도 벌일 계획
이다.

별정통신업체들의 가입자 유치와 판촉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30만명이 넘는 회원이 큰 밑천이 될 것이다.

골드뱅크는 또 상반기중 사이버 엔터테인먼트(오락) 사업도 시작할 예정
이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