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제2기 및 제3기 건설사업계획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지하철 운영이 왜 만성적으로 엄청난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55건에 달하는 지적사항들을 분류해보면 노선중복 과당시설
부실시공 등 예산낭비를 가져올 수 있는 온갖 요인들이 설계단계부터 실제
공사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작용해 사업자체가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불러 일으킨다.

지적사항 중에서도 제2기 건설사업이 승객 수송수요를 실제보다 1.21배나
많게 예측, 전동차와 역무자동화 설비 등에 1천억원 이상을 과다투입한 것은
사업비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것이다. 올해부터 추진키로 한 제3기
사업도 승객수요를 적정치보다 1.26배 가량 많게 예측했다고 하니 이러한
승객예측 "뻥튀기"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예산을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
이고 상습적인 행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같은 예산낭비는
지하철 운영적자가 연간 4천억원에 달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확정한 수도권 광역 전철계획 역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립한 계획을 타당성 검토없이 그대로 채택, 노선중복에
따른 예산낭비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철도청과 경기도가 제각각
내놓은 "수도권 순환 철도망"계획이 같은 구간임에도 불구, 함께 채택됐다는
것은 예산낭비도 낭비지만 사업추진상의 혼란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 모든 대형공사의 꼬리표가 된 부실시공도 또다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 6호선 6~11공구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때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6억원의 피해를 낸 것은 지하철 공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지하수의 부력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감사의 대상이 된 2,3기 지하철 건설사업에는 모두 19조원이 넘는
막대한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지금처럼 방만한 조직과 예산운영,
흐트러진 근무기강과 안전불감증으로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툭하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불법파업이나 벌이는가 하면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빈발해도 엄중문책은 커녕 미온적 수습으로 일관해오고 있는 것은
무책임행정의 표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공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반발, 오는 19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상태여서 시민들과 행정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지하철공사가 이번에야말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시민
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해이해진 근무기강과 무뎌진 서비스정신을
당장 바로잡고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예산낭비와 부실시공의 재발을 막기위해
지하철운영체계와 조직관리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