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명예총재의 비서실 강화 필요성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명예총재로 당의 실질적 주인인 김종필 총리가 당내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최근 내각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 표출에 대해 불쾌감
을 표시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런 견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 총리의 한 측근은 4일 "내각제 추진과 관련해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
고 있을 뿐 아니라 당내 불협화음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되는데 대해 총리가
최근 핵심 측근들을 불러 화를 낸 적이 있다"고 말해 이런 기류를 시인했다.

김 총리는 주로 김용환 수석부총재와 이완구 대변인으로부터 당의 기류를
보고받고 있고 이들도 특별한 사안이 생길 경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총리를
방문하는 것일 뿐 상시 채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각을 책임지고 있는 총리가 당직자들을 수시로 불러 당내 사정을
들을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내 공식 직책인 명예총재 비서실장을 활용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다.

현재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이수영씨는 과거 경찰에 있으면서 30여년동안
맺어온 김 총리와의 인연으로 당직을 맡도록 배려해 준 경우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현직 의원 가운데 총리의 의중을 읽을 수 있고 박태준 총재로
부터도 기피인물이 아닌 인사가 비서실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

당내에서는 그러나 명예총재 비서실장의 역할이 강화될 경우 당3역 등 공조
직의 활동에 역기능이 발생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인사들도 없진 않다.

현재처럼 내각제 개헌 추진 문제 등을 놓고 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땐 명예총재 비서실이 대폭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