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암이나 에이즈에 대항해 싸우는 시대라면 21세기는 인류가 치매
같은 뇌질환과 싸워야 하는 시대다.

20세기 들어 많은 신체기관들이 비밀의 옷을 벗었지만 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음이 심장에 있지 않고 뇌에 있다는 것을 안지 얼마 안되는 인류가 뇌의
천문학적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있다.

새 밀레니엄을 맞아 의학자들은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무도병 등의
정복에 나섰다.

뇌의 기능을 밝혀 이에 맞는 약을 개발하고 유전자치료 뇌이식방법까지
동원해 뇌질환을 치료해 보겠다는 것이다.

우선 중추신경세포의 재생이 가능한가가 관건이다.

신경섬유나 신경말단은 어느 정도 분화와 재생이 가능함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이제 신경세포핵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뇌졸중에는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TPA)를 뇌졸중 발병직후 3시간내에 투여,
뇌혈류를 촉진시키는 방법이 쓰이고 있다.

이 제품은 6시간이내에 투여해도 회생가능한 약품으로 곧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약은 핏줄을 약하게 해서 출혈성 뇌졸중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사용여부를 가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또 뇌가 아닌 약해진 혈관부위에서 출혈을 유도해 불상사를 당할수도 있다.

뇌손상이 일어나면 사망한 뇌신경세포로부터 유출된 과량의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산이나 카이닌산이 독성을 띠어 인접 정상세포도 죽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착안, 글루타민산이 작용하는 MK-801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이 개발
되고 있다.

슈퍼옥사이드와 같은 활성유해산소가 신경세포나 혈관벽의 세포막을
과산화시켜 변성 또는 사멸시킨다.

또 적정량의 산소는 뇌활동에 필수적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활성
산소를 발생한다.

항산화제 등을 이용해 이를 억제하는 방법이 연구중이다.

뇌졸중 치매 외상성뇌손상 파킨슨병에는 세포자살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이를 막는 차원의 약도 모색되고 있다.

세포자살은 불필요한 세포는 죽이고 필요한 세포는 새로 만들어 내는 자정
작용의 하나다.

치매는 세포병리학적 유전학적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염색체 21번에 아밀로이드 전구체단백(APP)
유전자, 염색체 14번의 프리세닐린1 유전자, 염색체1번의 프리세닐린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전자를 교정해 치매를 정복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또 생체 지단백의 하나인 아포지단백(Apo)의 경우 E4타입의 경우 치매발병률
을 높이고 E2타입은 낮춘다.

가계에 따라 Apo 타입이 유사하므로 이를 미리 가려내 적극적인 예방을
하는 방법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반복질환의 정복도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DNA코드중 3개의 염기서열은 하나의 아미노산을 나타내는 정보다.

이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정상적인 3개의 염기서열은 30번 미만으로 반복되는게 정상이지만 1백번
이상 반복되면 여러가지 질병이 유전된다.

이런 유전자반복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 모색
되고 있다.

광우병처럼 병인성 단백질이 뇌에 침착함으로써 생기는 질환도 뇌의학이
도전해야할 새로운 영역이다.

정상단백질이 어떻게 독성단백질로 구조와 중량이 변화하느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은 열이나 소화효소에 의해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다.

이 독성물질은 치매의 원인물질처럼 뇌내 C말단단백질이 떨어져 나온 것
중의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C말단단백질이 떨어져 나오게 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이 개발되면 광우병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 결핍으로 인식돼온 파킨슨병(강직성 경련)도 근본적인 치료책이
연구되고 있다.

그동안 도파민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l-도파를 복용시켜 이것이 뇌안에서
도파민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약물치료가 실시돼 왔다.

그러나 l-도파의 10%만이 도파민으로 변하며 뇌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도파민은 오심 구토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파킨슨병의 또다른 원인물질로 메틸페닐테트라하이드로
피리딘(MPTP)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헤로인 합성때 생기는 부산물로 불법헤로인 복용자 가운데
파킨슨병이 많아 조사해 봤더니 뇌 흑질 선조체를 파괴, 도파민 분비를
억제했다.

글리아세포신경영양인자(GNDF)를 파킨슨병에 걸린 원숭이에 주입해 보니
증상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에 따라 GNDF 유전자를 주입하는 치료가 파킨슨병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모색되고 있다.

한편 MPTP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하고 50세가 넘으면 뇌가 이로부터
피해를 입기 쉬어 이를 어떻게 막느냐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이밖에 뇌하수체 기저핵에서 억제성 뉴런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헌팅턴병
(강직성 경련)이나 척수-소뇌운동부족 프래자일X증후군 뇌백질위축증과
같은 병들은 유전자를 규명, 유전자치료법으로 낫게 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뇌조직이나 뇌세포를 이식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 망가진 선조체 부위를 떼어낸후 건강한 선조체를 이식해
보고 있다.

방금 사망한 뇌사자의 살아있는 대뇌피질을 뇌기능이 일부 손상된 사람의
뇌에 이식해 주는 방법도 있다.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약한 편이어서 전망은 밝다.

그러나 인간성을 결정하는 뇌세포를 다른 사람과 바꾼다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적잖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도움말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
아주대 의대 정민환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