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제약업체들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의료기기.신약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밀레니엄시대 세계시장을 주도한다는 야심찬 꿈을 갖고 연구
개발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제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LG화학 제일제당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SK케미칼 등은 선진기업에 근접한
수준의 신약개발에 착수, 수년내에 출시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 서울중앙병원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유전자치료 뇌질환치료 의료공학분야 등에서 세계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

경제수준 향상으로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21세기에는 30%이상의 가곗돈이 의료비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료.제약산업은 돈이 벌리는 지식기반산업이라는 얘기다.

국내 업체들이 신제품개발에 나서는 것도 이 시장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제약산업은 반도체나 정보통신산업을 제치고 황금알을 낳는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과 생체공학의 결합으로 신인류가 등장하는 새 천년.

유전자조작으로 필요한 의약품을 얻어내고 유전병을 고칠수 있다.

의학교과서는 새로 써야 하고 기존의 의료시스템은 고물이 될 판이다.

앞으로 의료.제약기술은 어떻게 발전할지 조망해 본다.

<> 달라지는 미래의 병원

미래의 병원은 정밀기계 공장과 같다.

인체의 디지털화가 촉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전자신경칩과 유전자가 일체가 된 인조인간의 탄생이 낙관시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먼저 신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신경을 연결함으로써
구원을 받게 된다.

두번째는 디지털화된 몸이 혈당을 조절해 당뇨병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시각 청각 움직임 기억력 지능을 두루 갖춘 디지털 인간의 탄생도 공상소설
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현재도 컴퓨터의 작업경로에 신경이나 뇌세포를 연결해 제기능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시험이 진행중이다.

병원에 가면 로봇이 수술을 한다.

수술에 들어가기전 의사는 컴퓨터에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거나
토의한다.

의사는 수술의 위험성과 다양한 변수에 대해 완벽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무시하지 못한다.

의사들의 수련과정은 현재처럼 의학지식과 수술기법을 습득하는 데서
벗어나 로봇의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원격수술도 보편화된다.

가장 경험이 많은 의사가 있는 병원이 센터가 돼 화상으로 수술장비를
엄격하게 컨트롤함으로써 수술이 이뤄진다.

의사와 간호사는 수술이 잘 되고 있는지 인증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 유전자 혁명이 온다

밀레니엄 의학혁명의 핵심은 아무래도 유전학이다.

지난 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2중나선구조를 밝힌지 반세기가 채 안됐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지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휴먼게놈 프로젝트가 끝나면 인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며 치료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의학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현재 4천여종의 질병이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세기에는 병적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 치료법이 각광받을게 틀림없다.

유전자 치료는 "현상"을 고치는게 아니라 "원인"을 바로잡는 수단이다.

사람의 유전자가 도입된 동물의 장기를 대량 생산한후 이를 장기가 망가진
사람에게 이식하게 될 것이다.

<> 암과 치매 등 난치병이 정복된다

유전자 치료와 부작용이 전혀 없는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돼 암과 치매 등의
난치병이 정복된다.

과거의 암 수술치료는 파괴였다.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암세포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세포의 유전자, 항암제의 약효를 높이는
유전자를 이식하거나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함으로써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주사 한방으로 암을 이길 수 있다.

"노년기의 적" 치매는 2020년께는 정복될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뇌 안의 독성물질을 약이나 수술로 깨끗이 제거하거나 발병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도 뇌세포의 사망을 막는 방법이 개발돼 불치병으로 남지는 않을 것
같다.

<> 미래의 첨단 신약들

비아그라가 인류의 패러다임을 바꾼 약물로 각광받고 있지만 2015년에는
보다 나은 성생활과 노화를 늦춰줄 약이 나온다.

새 약은 질병을 예방및 치료해 주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유지해 주고 쾌락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인 것이 "디자이너스 드러그(맞춤약)"의 탄생이다.

사람의 체질이나 요구에 맞춰 약효를 내게하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게
하는 신약이다.

유전학 분자생물학 면역학 등의 발달로 암세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선택적으로 그 세포만 죽이는 "기적의 미사일 항암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유전자가 변형된 음식도 약으로 사용된다.

현재 약성분이나 예방백신 성분을 함유한 유전자 조작 바나나가 개발되고
있다.

<> 미래를 위한 준비

밀레니엄 시대의 의료 제약산업은 지금의 반도체산업이나 정보통신산업을
능가하는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으로 꼽힌다.

세계 의료시장은 96년 5천66억달러에서 내년에는 6천4백40억달러, 2005년
에는 8천5백9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주식 싯가총액은 한국의 상장주식 싯가총액
보다 많다.

의료 제약산업을 단순히 질병치료수준 차원에서 규제할게 아니라 지식기반
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밀레니엄 시대에 의학의 발달과 유전자 조작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인류에게 구세주도 될 수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우수한 혈통을 이어받으려는 이기심이 커질 우려가 있다.

유전혁명에 의해 새로 디자인된 종족을 출현시켜 인류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실험실에서 잘못 조작된 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의 재앙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밀레니엄 시대의 의학기술은 아무래도 인간을 사랑보다는 기계적 관점에서
치료하게 될 위험성이 적지 않다.

엄청난 테크노스트레스 속에서 더 많은 인간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감정의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의학 발전으로 상실할지 모를 인간의 자아를 어떻게 확립시킬 것인가가
20세기를 떠나보내는 우리의 숙제로 남는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