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 식스"의 주인공 주디는 가난하지만 아름답고 반듯한 아가씨다.

배우가 꿈이지만 오디션 도중 감독이 가슴을 보이라고 하자 당당히 대들곤
걷어치운다.

매니저와 헤어진 주디는 생계를 위해 폰섹스를 시작한다.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한 주디는 그러나 전화라는 가상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이름없이 "6번 아가씨(걸식스)"로 통하자 예전의 자존심따윈 아랑곳없이
육감적 목소리로 남성들을 유혹한다.

주디의 변신 요인은 전화의 익명성이다.

자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주디를 그토록 거침없는 여성으로
만든 것이다.

익명의 전화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자유와 용기를 부여한다.

폰팅이 생겨난 것도 얼굴을 맞대곤 도저히 할수 없는 비밀스런 얘기나
낯뜨거운 말이 전화에선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할수 없는 말, 해소되지 않는 일이 많아서인지 국내에도 폰팅업체
가 수없이 많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는 곳도 있다.

폰팅외에 삐삐팅 미팅 펜팔 등 각종 부문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다.

그러나 이들 폰팅 이용자의 20%이상이 청소년인데다 통화내용중 78%가
음란성대화라는 조사결과는 폰팅폐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번에 10대소녀들이 폰팅을 통해 남성들과 만난 남성들과 윤락행위
를 하다 적발됐다는 소식은 폰팅이 폰팅으로 끝나지 않고 매춘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불법폰팅이 더이상 내버려둘수 없는 지경임을
나타낸다.

호기심에 시작할 수도 있는 청소년 폰팅이 매춘으로 이어진다는 건
소름끼친다.

그 가운데 열두살짜리가 있다는 얘기엔 차라리 귀를 막고 싶다.

얼마전 사회지도층 인사 1백명에게 물어본 결과 76명이 10대 매춘고객의
신상공개를 찬성했다고 하거니와 청소년 윤락 방지를 위해선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불법폰팅 중개업소의 경우 대부분 모집방법이 교묘하고 연락처를 자주 바꿔
적발이나 단속이 어렵다지만 관계당국에서 전화료 수입 등에 연연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면 잡지 못할 리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