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프랑스 알카텔 그룹이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알카텔은 지난달 통신장비 회사 자일란을 2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회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의 두뇌를 kg당 4백40만달러로 평가했다.

뇌의 무게가 평균 1.5kg인 것을 감안해 1인당 6백60만달러씩 계산된 것.

물론 이 뇌값은 이 회사의 영업권이나 지식재산권 등과는 별도로 계산됐다.

지난해 95억달러를 주고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한 도이치 뱅크 역시 이중
5억달러를 두뇌 인수금으로 낼 예정.

뱅커스 트러스트의 주요 인물 몇사람이 계속 남는 조건으로 5억달러를
추가로 지불키로 했다.

이들 외에도 일부 하이테크 산업계와 금융,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인간의
뇌도 기업 자산으로 재무제표에 기록되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최근 캅 제미니 컨설팅은 자사의 두뇌자산 가치를 재무제표에 기재해
발표했다.

캅 제미니가 평가한 자사의 두뇌자산 가치는 1백7억프랑.

대형 유통업체인 그랜드비젼도 이미 지난 97년부터 자사 재무제표에
두뇌가치(Intellectual Capital)를 병기해 발표하고 있다.

대차대조표에 부동산 영업권 특허권 등과 나란히 두뇌가치도 계상하고 있는
것.

다우 케미칼, 코카콜라, IBM 등은 아직 재무제표에 수치를 계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두뇌가치를 엄연한 기업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두뇌자산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어 계산과 검증이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캅 제미니는 두뇌자산 산출법으로 "개인의 소양+지식 수준+창의력+업무수행
능력"을 제안했지만 기업의 특성과 근무유형에 따라 평가법이 달라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일부 기업들은 수치화 방법으로 해당 직원들의 박사학위나
자격증 또는 저술서적 숫자 등을 평가하고 있다.

아더 앤더슨 컨설팅의 마크 베전트 이사는 "기업의 성격과 지적자산의
구성도에 따라 두뇌가치 평가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컨설팅 업체의 경우, 직원 1인당 두뇌가치는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며
팀 전체로는 수천만달러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팀 단위가 아닌 순전히 개인의 두뇌가치를 매기게 되면 누구든
그가 현재 지급받고 있는 월급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뇌가치 평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은 스웨덴 종합금융
회사인 스칸디아의 라이트 에드번슨 부회장.

그는 최근 발표한 두뇌가치 측정과 관련한 저서까지 내고 "기업 인재들의
두뇌자산도 특허나 상표, 영업권처럼 분명 기업자산에 포함되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비용으로만 인식되던 근로자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객관적 평가방법 등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g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