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교육센터의 유닉스서버전문가 정경원 차장.

그는 4월1일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IBM 본사 산하 국제기술지원센터
(ITSO)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소속은 한국IBM 그대로다.

그는 미국 IBM 본사의 의뢰를 받아 2년간(1년 추가연장 가능) 본사에서
파견근무를 하게 됐다.

ITSO에는 그 외에도 한국IBM 직원 한사람이 이미 일하고 있다.

직원의 외국 근무는 해당지역 IBM의 초청으로 이뤄진다.

정경원 차장의 경우 98년12월 국제기술지원센터의 파견직 제의공고를 보고
응모했으며 전화인터뷰를 거쳐 합격했다.

현재 한국IBM 직원 가운데 외국 IBM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여성 한사람을
포함해 모두 17명.

한국IBM측은 "전체 직원의 1%이상이 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해외근무는 95년쯤부터 본격화됐으며 그 수는 95년 5명, 96년 9명, 97년
11명, 98년 15명에서 현재 17명으로 늘었다.

"한국 직원의 해외근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IBM과 그 직원에
대한 외부 평가가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한국IBM측은 설명했다.

한국IBM의 조경희 부장은 "예전에는 파견부서가 주로 숫자를 다루는 재경
부서에 국한됐으나 최근 기술분야 연구소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지역도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있는 도쿄에서 미국 프랑스등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이 파견돼 있는 나라는 미국(5명) 일본(9명) 중국(1명) 호주(1명)
프랑스(1명)이며 담당분야는 재경부서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연구소와 영업
분야다.

한국컴팩컴퓨터도 현재 5명의 직원을 미국 싱가포르등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외국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할수 있는 경험은 다국적
기업이 제공하는 여러가지 메리트 가운데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이들의 해외경험은 그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직원이 새로운
일을 찾고 다른 일을 하는데도 큰 힘이 된다.

컴팩의 한 관계자는 "좋은 기업이란 회사의 발전은 물론 직원 개개인의
성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기회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근무뿐 아니라 회사내 인사도 본인 희망에 따라 이뤄질수 있다.

외국기업에서 일반화된 사내 부서이동(Job Posting) 제도가 그것이다.

한국HP 한국컴팩 등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 빈자리가 생기면 자사직원을
상대로 채용공고를 낸다.

한국컴팩 관계자는 "이 제도를 통해 사내상황을 잘 아는 적임자를 고르는
것은 물론 조직에 활력도 불어넣을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내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는 다국적기업의 또 한가지 특징은 인사제도.

다양한 형태의 평가방식을 명시된 제도로 만들어 가급적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컴팩 직원들은 해마다 연초와 연말이면 자기가 한햇동안 할일에 대해
계획서를 만들고 평가도 한다.

연초에 만드는 계획서에는 업무상 목표에서부터 어학수업 대학원공부 등
개인적인 개발계획까지 담는다.

또 그해가 끝날 무렵 자기가 세운 계획을 얼마나 알차게 이뤘는지 평가서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본인뿐 아니라 상사 등 주위사람의 평가가 곁들여진다.

컴팩 직원이라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평가를 벗어날수 없다.

이 평가는 급여조정에 기본 자료가 된다.

한국IBM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IBM 공인전문가(ICP)" 제도를 만들었다.

공인전문가는 자천 또는 타천으로 신청을 받은뒤 한국본사와 아.태지역본사
심사위원회가 전문성과 업무 공헌도 등을 검토해 선정한다.

공인전문가로 인정받으면 급료인상등 다양한 혜택이 있으며 함께 일할
직원을 고르는 권리까지 주어진다.

현재 한국IBM에는 1백21명의 공인전문가가 있다.

그 효력은 3년.

따라서 한번 선발돼도 편히 안주할수는 없다.

인사에 공정을 기하기 위한 제도들도 있다.

한국IBM에는 현재 1백50명의 인사관리자가 있다.

인사관리자란 실제적인 인사권의 거의 전부를 가진 막강(?) 집단으로
차장부터 이사까지 다양한 직급이 있으며 팀 리더와 별도로 구성된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새로 인사관리자가 된 사람은 싱가포르의 아.태지역 본부에 가서 평가기준
과 방법 등 관리자로서 기본 소양을 배우고 이후로는 매년 2~4일간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 등 전반적인 관리자교육을 받는다.

외국계 업체가 관리측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슬림한 조직.

한국유니시스는 유연한 팀제 운영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에는 팀만 있고 부는 없다.

관리직을 제외한 전 직원은 프로젝트가 생길때마다 구성되는 팀에 속한다.

팀은 프로젝트관리자(팀장) 영업사원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되며 팀장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책임소재도 분명하다.

확실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공헌도에 따라 다양한 기회를 주고 책임을
묻기도 하는 것.

우리 기업들도 점차 따라가고 있는 다국적기업 조직관리의 핵심이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