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숙 < 링크인터내셔널 대표 hschung@linklink.com >

우리는 성숙한 서비스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매일 상처를 받으며 산다.

심지어 아픈 사람들이 찾게 되는 병원이나 맛있게 음식을 즐겨야 할
식당에서조차 불친절한 서비스에 기분상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며칠전 일본에서 온 교수와 함께 대중 식당에 갔다.

제법 청결하고 음식도 맛있어서 기분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주인인듯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갑자기 먹고 있는 음식을 마구 치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보고만 있었다.

종업원끼리 신호가 맞지 않아 우리가 식사를 마친 것으로 착각한 모양
이었다.

한참만에 돌아온 주인은 있을수 있는 일이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성의를 보이기 위해" 몇 천원을 깎아주겠노라고 말했다.

당황한 나는 방법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충고를 했으나 그는 끝내 내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중한 사과의 말을 기대했던 우리는 머쓱한 얼굴로 식당을 나섰다.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 두번쯤 해봤을 것이다.

제주도 여행을 갔을때 큰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천정에 매달린 전등갓
에는 하루살이가 그득 쌓여 있었다.

주인은 밥만 먹고 "천장은 보지말라"고 했다.

귀가길에 일본인 교수가 일본의 스시집 이야기를 하셨다.

음식에 나무로 만든 이쑤시게조각이 들어 있기에 이야기했더니 수도 없이
사죄를 하면서 그날 식사값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크지는 않지만 전통있고 음식맛이 예술이라고 소문난 식당에
초대받게 되었다.

옆 식탁에도 한국인들이 앉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소금을 청했다.

잠시후 높은 모자를 쓴 나이 지긋한 주방장이 그 식탁으로 달려왔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마치고는 음식이 맛이 없으면 다시 만들어 드리겠노라
고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는 이 집의 음식이 예술일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