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간기업들도 하기 힘든 과감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비대한 조직과 관료화된 체질로 "가장 공기업적인 회사"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들어왔던 예전의 한국통신이 아니다.

한국통신은 스스로 지난 98년을 "경영혁신의 원년"으로 부른다.

전체 인력을 2000년까지 1만5천명 감축, 4만4천5백명으로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는 등 파격적인 경영혁신을 시도한 첫해였다.

지난 81년 정보통신부 전신인 체신부에서 떨어져 나와 출범 18년째를 맞은
한국통신으로서는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실제로 인력감축은 폭과 속도에서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천8백명을 줄인데 이어 올해들어 1월에만 희망퇴직 등을 통해
5천1백43명을 내보냈다.

한국통신은 올해 모두 7천5백명을 감축하고 2000년에 4천7백명을 추가로
줄이는 감량경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정년을 58세로 단축하고 정년퇴직자가 희망할 경우 1년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했던 정년연장제도 폐지했다.

부장 이상에 대해서는 연봉제가 실시되고 있고 과장급 이하 직원에 대해서도
성과급제를 확대, 사실상의 연봉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조직 슬림화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만 임원 43명중 30%가 넘는 16명을 이미 퇴진시켰다.

본부내 조직이었던 무선사업본부와 위성사업본부는 폐지됐고 기획조정실과
사업협력실, 총무실과 인력개발본부, 해외사업본부와 마케팅본부는 통합됐다.

또 통합시스템 개발단과 월드컵통신 지원단은 올해와 2002년에 각각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조직규모는 종전 7개 실, 7개 본부, 9개 사업단에서 6개 실, 5개
본부, 6개 사업단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2백60개에 달하는 전화국도 지난해 84개가 통합된데 이어 2000년까지 88개
광역 전화국으로 전면 개편된다.

방만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던 사업구조 축소 및 통.폐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오는 2002년까지 14개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키로 한 일정에 따라 시외
수동전화, 인말새트 에어로사업, 주문형비디오(VOD)사업인 전화비디오 사업
에서는 이미 철수했다.

한계사업으로 판정된 행정통신, 케이블TV 전송망사업, 이지팩스, 선박통신,
공항통신, 여의도 정보화 시범사업 등 6개 사업도 올해말까지는 손을 뗄
방침이다.

원격방범서비스인 텔레캅과 미래텔 시스템통합(SI)사업은 자회사로 이관
됐다.

대형 적자사업인 위성통신과 시티폰 사업은 시장상황을 보아 오는 6월까지
철수 여부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114안내와 전보사업은 외주 또는 민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합리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13개인 자회사 수도 2001년까지 4개사로 대폭 축소된다.

이미 ICO투자관리 자회사는 본사로 통합됐다.

한통프리텔에 이어 한국해저통신과 한국PC통신은 올해말까지 외국업체가
지분을 출자하는 전략적 제휴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한국통신카드,
한국케이블TV, 한국TRS는 올해중 지분 전체 또는 일부를 국내 및 해외에
매각할 계획이다.

한국통신기술 한국통신진흥 한국산업개발 등 5개사는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01년까지 민영화하기로 했다.

또 올해를 "고객만족 원년의 해"로 정해 114 전화안내서비스를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문턱이 높았던 전화국장실을 영업창구 옆으로 이전, 고객의 불만을
적극 수용하는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숨가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통신의 경영혁신과 구조
조정은 사운을 걸고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통신산업의 경쟁이 이미 치열해진데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은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른
공기업과 정부투자기관들에도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해외 양대 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사가 최근 한국통신에 대한 신용
평가등급을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BBB-와 Baa3으로 한단계 상향 조정한 것이
좋은 예다.

한국통신은 현재 정부가 7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지분은 올해 13%에 달하는 해외DR(주식예탁증서)발행과 15%의
지분 해외매각 등을 거쳐 오는 2000년에는 33.4%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오는 2001년 이후 보유지분을 국내 일반투자자들에게 추가 매각할
계획이어서 한국통신은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한국통신은 2001년 세계 10위권의 종합통신업체로 부상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유선통신 위주의 사업구조를 무선통신과
데이터통신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등 미래 유망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해놓고 있다.

1백1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통신이 경영혁신을 통해 앞으로 통신의
역사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 문희수 기자 mh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