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이냐 낙태약이냐.

"모닝에프터"로 불리는 사후피임약이 화제다.

모닝에프터는 72시간안에 한번, 12시간후에 다시 한번 복용함으로써
75%정도 임신을 예방할수 있다는 사후피임약의 통칭이다.

성폭행등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으나 사실상
낙태약이라는 주장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시판이 금지됐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 (FDA)이 PEC키트 시판을 승인한데 이어
올들어 독일에서 먹는 유산약 RU486의 판매까지 인정키로 함으로써 시판
허용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인명학살이나 다름없다는 반대론자들의 비난이 거셈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유엔 인구특별총회를 앞두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준비위원회에
참가한 나피스 사디크 유엔인구기금 총재 또한 모닝에프터는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을 피하기 위한 것이지 낙태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성폭행은 20만건.

피해자의 5%이상이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때문에 일생동안 말할수 없는
고난을 겪는다.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큼 해외입양아가 많은 것도 성폭행으로
인한 미혼모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입양아는 93년이후 97년까지 꾸준히 줄었으나 IMF를 맞아 지난해 다시
93년 이전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정부가 올부터 독일 쉐링사의 응급피임약 테트라가이논을 무료 보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생명의 존엄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치 않는 임신의 후유증 또한 절대 간과할수 없다.

그러나 사후피임약 보급이나 판매보다 중요한 건 피임약이 필요없게 만드는
일이다.

테트라가이논이야 보건소 등에서 엄격히 배부된다지만 시중엔 금지된 사후
피임약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낙태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사후피임약 판매를 적당히 눈감는 일은 곤란하다.

O양 비디오사건에서 보듯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성에 완전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임신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홍보하는데 사회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