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나누기''로 실업 줄일 수 있나 ]

"근로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늘린다"는 일자리 나누기( Work-sharing )는
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정부가 최근 일자리나누기 제도를 도입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업자를 구제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또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여 기존의 노동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실업이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된 서유럽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프랑스의 국영전력회사는 지난해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도입하고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키로 노동조합과 합의했다.

노조는 그 대가로 2년간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 94년 대량해고를 피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실시했다.

노동시간을 20% 단축할 경우 고용은 20% 늘어나야 한다는게 일자리 나누기의
기본 개념이다.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투입노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정부의 고용보조금 정책이나 기업의 생산성 증대효과, 고정노동비용의
증가폭, 공장가동률 등 고용창출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법규도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감소를 막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변형시간
근로제와 같은 유연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같은 요인들은 국가마다 다르다.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창출효과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등 유럽지역 8개 국가가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창출효과를 조사
(84년)했던 결과를 보자.

근로시간을 8% 줄였을때 고용이 6.1% 늘어난 곳이 있는가 하면 2.3% 감소한
곳까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도입될 경우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고 초과근로
를 없앤다면 1백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변수들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또 일자리 나누기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근로자수를 7백8만5천명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초과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규정근로시간보다 일을
더 시키는 사례가 많다.

또한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생산성향상이나 업무합리화에 주력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근로시간을 10% 줄이더라도 고용은 5% 증가에도 못미친
다고 한다.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창출효과가 50% 이하라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부연구위원은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창출효과가 20%일
경우 법정근로시간을 4시간 줄이면 14만2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만약 초과근로시간까지 없앤다면 19만6천명에게 추가로 직장을 줄 수 있다"
고 말했다.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면 모두 38만8천여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물론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창출효과가 달라진다면 고용규모도 이에 비례해
바뀌게 된다.

일자리 나누기 도입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려 한다.

근로자는 종전에 받아온 임금을 계속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현금급여 이외에 각종 복리후생비와 교육훈련비 퇴직금 등을 노동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비현금성 노동비용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 나누기 도입으로 늘어나게 되는 직업은 파트타임업무 위주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고용창출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근무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삶의 질이
낮아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금은 생계보장수단이기 때문에 삭감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갈등은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와 벨기에는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

독일은 노사자율협약을 도입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분을 보전해주거나
기업에 사회보장분담금 면제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어느쪽 주장이 맞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어떠한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인 셈이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일자리 나누기 제도의 장.단점 ]

<> 장점

- 고용유지.창출효과
- 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장기실업의 부담경감
- 여가활용 등 근로자의 삶의질 제고
- 생산성 향상
- 고용의 형평성

<> 단점

- 노동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
.고실업수준의 장기화
- 설비이용률 저하와 산출량 감소->고용저하
- 경제구조조정 저해
- 노사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
.임금보전, 사회보장 분담금 경감 악용

< LG경제연구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