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아비뇽축제가 열렸던 프랑스 아비뇽 근교의 불봉극장.

40m 높이의 절벽으로 둘러쳐진 이 야외극장의 늦은 밤 하늘은 "한국의
느낌"으로 가득 찼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매방 안숙선 김덕수 육태완 강태환 등이 나서 표현한
"정중동"의 이미지.

유럽의 관객들은 그 이미지에 취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설줄
모르며 환호했다.

이 공연의 예술감독이었던 강준혁씨는 "한국인의 감성으로 유럽인의 감성을
깨웠다"며 그때의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고유의 혼과 정서가 오롯이 담긴 공연예술무대가 세계인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이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개발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로 "우리의 것"에서 21세기 세계시장에 내놓을 문화상품의 아이디어와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기대와 환호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통예술의 보루인 국립국악원은 지난 1월 궁중음악과 전통무용을 일본에
수출했다.

36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국악원 공연단이 "전석 유료공연"을 내걸고 일본
초청공연에서 받은 공연경비외의 사례비는 1백만엔(1천만원정도).

국악원의 해외공연은 국가간 문화교류 차원에서 무료초대공연으로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무대는 전통예술의 상품화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덕수의 사물놀이는 이미 세계인이 즐기는 우리의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유럽 음악전문지에 광고를 낼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온 김덕수
사물놀이패(한울림예술단)는 지난해 6억원이 넘는 해외공연 계약실적을 기록
하며 수출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에이콤의 뮤지컬 "명성황후"는 우리가 만든 현대 공연예술작품도 해외시장
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명성황후"는 뮤지컬이란 형식을 갖추었지만 소재와 아이디어는 역시 우리의
역사속에서 찾았다.

우리의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97,98년 2년 연속 공연예술의 메카인 뉴욕
브로드웨이 중심무대에 진출, 갈채를 받았다.

특히 객석 절반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진것은 한국이 뮤지컬 수출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명성황후"는 일본 유럽 등지의 순회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동남아는 물론 중국의 12억 시장을 뚫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에이콤측의
생각.

환퍼포먼스의 "난타"도 문화수출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난타"는 사물놀이 가락을 기본으로 해 만든 대사없는 뮤지컬 퍼포먼스.

브로드웨이의 공연배급사인 브로드웨이아시아(BA)를 통해 해외시장에
선보인다.

BA는 "스톰프" "탭독스"등 "난타"와 같은 종류의 세계적 무대예술작품의
판매대행 업체.

판매대행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5%.

10만달러의 해외공연계약이 성사되면 BA에 돌아갈 수수료 1만5천달러를
제외한 8만5천달러를 환퍼포먼스가 챙긴다는 뜻이다.

환퍼포먼스는 "난타"를 당장에라도 해외시장에 팔 수 있지만 상품가치를
높여 비싼 값에 수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스톰프"와 같이 1주일공연에 10만달러선의 개런티를 보장받는다는 계산이다

이들 공연예술상품은 우리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외화까지 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무대에서의 공연 뿐만 아니라 공연과 관련된 아이디어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에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디즈니가 만화영화에서보다 관련 캐릭터상품 판매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대예술작품의 수출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계와 협력을 통한 보다
전략적인 해외시장 개척의지가 요구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