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21세기 문화산업의 총아다.

거창한 생산설비나 높은 굴뚝 없이도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치밀한 기획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거둬들일 수 있는 분야이다.

대부분의 문화산업이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애니메이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 95년 디즈니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디즈니는 3천만달러의 제작비로 흥행 수입만 3억5천만달러를 기록해 10배가
넘는 장사를 했다.

게다가 캐릭터사업 비디오게임 등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수익은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난다.

애니메이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니메이션은 "원 소스(One Sorce) 멀티 유스(Muti use)"를 실현할수 있는
전형적인 분야다.

만화영화에서부터 캐릭터 출판만화 PC게임 음반 테마파크 등 다양한 장르로
모양을 바꿔가며 부가수익을 올린다.

한국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에서 유발되는
파생산업의 세계시장 규모가 1천5백조원, 국내시장만도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될 정도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전세계 물량의 30%정도를 제작할만큼 덩치가
커졌다.

수출규모도 지난 97년 1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만화영화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그중 우리 스스로 기획해서 만든 작품은 아쉽게도 거의 없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인 것도 사실이다.

김석기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곧바로 뛰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지금까지 OEM작업을 통해 걸음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창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에 크리에이티브를 보강한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디지털 3차원)애니메이션은 21세기 한국이
승부를 걸만한 분야다.

3D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미국외에는 시도한 적이 없다.

지난해 드림웍스가 내놓은 "개미"가 첫 작품이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3D 애니메이션 바람이 불고 있어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철인사천왕"을 비롯 "붕가부" "셀마" "원더플데이즈" "시드"
등 여러편의 3D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철인사천왕"을 제작한 김혁(B29 대표)씨는 "전통적인 2D 만화영화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장벽이 매우 높은 반면 3D 애니메이션은 모두가 출발선상에
놓인만큼 기술격차가 작아 세계 정상을 쉽게 따라잡을수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세계에선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승부의 관건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화영화를 배우려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사설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상명대 세종대 예술종합학교 홍익대 등 대학에서도 관련학과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작 기술뿐 아니라 수준높은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낼
능력을 키우는데 교과과정이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선길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이제는 손이 아닌 머리를 육성하는
교육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은 주위의 무관심속에서 성장해왔다.

이 정도까지 업계가 커 온 것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앞으로 업계의 노력에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21세기 주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