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저산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문화레저산업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이 문화레저산업 키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화레저산업을 21세기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문화레저 인프라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화레저산업이 각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류가 이제 단순한 물질적 풍요보다는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
이다.

세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문화생활을 하고 여유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전국의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수가 적더라도 여가시간이 많은 직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53.5%가 동의하고 있다.

경제적인 풍족보다는 문화적 여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견에도
61.2%가 찬성한다.

문화산업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문화의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문화산업과
레저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하게 된다.

휴식과 해방감을 맛보고 흥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문화산업 발전의
동인인 셈이다.

문화산업은 또 연쇄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다른 분야에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다.

영국 BBC에서 제작된 인형극 "텔레토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인형극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캐릭터 붐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텔레토비 인형이 날개 돋친듯 팔렸다.

또 제품의 수명도 반영구적일 뿐만아니라 큰 고용효과도 가져다 주었음은
물론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문화산업에 15조원을 투입할 경우
32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IMF 사태이후 대량실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
이다.

미국에선 엔터테인먼트산업이 항공산업에 이어 제2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할리우드에서 매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만 해도 한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도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소니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컴퓨터 게임업체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를
본사로 편입시켰다.

주력상품을 직접 본사에서 관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한해 매출액은 1백억달러가 넘는다.

프랑스도 역사 유적과 유물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문화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 현재 8백만명선인 외국인 관광객수를 큰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영국의 음반산업은 세계 시장의 18%를 점유할 정도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연간 26만파운드의 수입을 올리고 11만5천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문화레저산업에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문화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영화 출판 애니메이션 캐릭터 컴퓨터게임 패션 전통공예 등 7개 분야가
전략 육성분야로 선정되었다.

문화산업 육성 5개년계획도 수립됐다.

관광레저 분야에서도 제주도의 무비자 개방, 지역축제의 관광자원화, 7대
관광권개발 등 새로운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광에 문화개념이 도입돼 상설공연이 관광지에서 펼쳐지고 도자기 인삼
김치 등을 주제로 한 지역축제의 관광상품화도 추진되고 있다.

카지노를 새로운 산업으로 양성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관광수입이 지난해 38억달러에서 올해는 65억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화레저산업은 21세기를 이끌어갈 산업이다.

이 산업이 다른 분야의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사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문화레저산업을 견인차로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레저산업의 시대는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문화레저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레저산업의 성패는 수요자들의 욕구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문화레저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할 시기가 우리에게도
도래한 것이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