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다니던 의류업체를 그만두고 컴퓨터를 통해 최신 패션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을 하는 김성호(35)씨는 6인승 소형 밴을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에 앞서 가장 궁금한 점이 바로 자동차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였다.

보험 가입이 필수적인 데다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인터넷에 들어가 각 보험사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저마다 자사가 서비스 측면은 물론 보험료도 싸다는 광고 아닌 광고가 넘쳐
흘렀다.

김씨는 그러나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 여행을 계속했다.

마침 계약자의 조건만 대입하면 국내 각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는
보험대리점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로써 그의 고민은 끝이 났다.

부대서비스를 대조하면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내건 보험사를 찾을 수
있어서다.

이때 자신이 평소 지녔던 보험사의 이미지도 고려했음은 말할 나위 없었다.

이같은 사이버 보험거래는 이미 국내에서도 선보여 이용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전자상거래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이뤄질 경우 컴퓨터를
이용한 보험영업은 중요한 유통채널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지금도 거의 모든 보험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상품을 소개하고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인터넷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별도의 보험상품을
개발, 선보여 고객으로부터 적지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생명 대한생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LG화재는 사이버 고객서비스 체제를 구축,보험료 산출및 방재안전진단등
보험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의 요청에 따라 날씨 환율 증권정보까지 무료로 접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보험사 차원이 아니라 보험설계사나 대리점중 앞서 나가는 곳은 자신들만의
홈페이지를 개설해놓고 상품을 소개하며 전자우편을 통해 상담까지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화나 우편을 이용한 신마케팅활동도 보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 국민등 후발 생보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텔레마케팅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면서 이들 회사의 주요 영업파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삼성 교보 등 대형사들도 새시장 개척차원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직접판매방식은 영업활동에 따른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특정
목표시장에 집중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면서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고객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투자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영업조직과의 마찰도 일어날 수 있다.

이같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텔레마케팅같은 직접판매방식의 확산은
큰 시대적 흐름이란 면에서 거스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과의 직접 대면이라는 중요한 보험영업 요소가
퇴색되는 문제점은 24시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할 수 있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외국 대형보험그룹의 한반도 입성과 보험사와 계약자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게 될 보험중개업 독립대리점 등의 등장은 보험사를
보다 고객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보험중개사의 경우 지난97년 IMI코리아가 국내 1호로 등장한 이후 올 2월
현재 총 21개의 보험중개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보험시장 전반에 걸친 유통채널의 변혁은 보험사 경영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보험업계의 변화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상의하달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인터넷이나 전화 우편등 신유통채널에 의한 시장 주도는 밖으로부터,
다시 말해 고객에서부터 변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변혁의 범위와 강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강환 생명보험협회장은 향후 업계 전망과 관련,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보험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일선 영업조직에
이르기까지 모두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체제만이 생존의 길"
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유통혁명은 고객의 니드 변화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회사 입장이 아니라 고객 중심의 상품개발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또 이를 서비스체계 개선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

보험상품의 면면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저축성보험이 크게 퇴색하는 반면 장기보장성 보험은 꾸준한 신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 주택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선진형 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기업연금보험
이나 변액보험 유니버셜보험등도 간판 상품으로 부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안팎의 여건도 여기에 맞춰 바뀌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 규제 완화가 진전될 경우 대형보험사를 위주로
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보험시장에 신규 참여하는 회사가 생기면서 경쟁은 더욱더 뜨거워질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이렇게 보험업계 판도 자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영향력
을 던져줄 게 틀림없는 것 같다.

따라서 2천년대 한국 보험산업의 지도가 어떤 모습을 띨지 정확하게
그려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정도영업을 하는 회사만이 살아남는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