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기업경영패턴에서 심지어 개인의 행동양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증권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인터넷의 등장은 증권사는 물론 증권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에도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주고 있다.

사이버증권사, 사이버증권거래소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기존 증권사나 증권거래소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니면 기존 증권사중 다수가 "사이버"로 탈바꿈할지 모른다.

사이버와 사이버회사의 등장으로 인한 저렴한 증권거래 수수료가 바로
2000년 증권산업의 화두다.

<> 사이버증권회사가 증권업의 "강자"를 노린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주식매매주문 등 증권업무를 하는 가상적인 회사를 말한다.

매매주문부터 자금결제까지의 전과정을 가상공간에서 마무리한다.

객장이 따로 필요없다.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주식매매주문 과정을 보면 고객은 가상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 주식매매
주문을 낸다.

가상증권사는 고객주문을 증권거래소로 전달한다.

매매체결이 이뤄지면 증권사는 고객계좌에서 주식매수대금을 빼내간다.

물론 계좌개설, 계좌이체 등의 부수적인 업무도 온라인상에서 가능하다.

사이버증권사의 무기는 수수료 파괴다.

수수료가 낮다고 해서 사이버증권사는 디스카운트 브로커(discount broker)
라고도 불린다.

수수료 인하는 객장유지비 인건비 등이 필요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영업과 관련된 인쇄비 발송비 등 부수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초기시스템투자비용과 설비유지비만 있으면 충분하다.

또 기존 증권사들과는 달리 투자자에게 투자상담 종목추천 등의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사이버증권회사는 따라서 비용측면만 따지면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증권사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다른 장점도 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많은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뿌릴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 없다.

문서형태로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비용도 저렴할 수밖에 없다.

잠재고객도 무한하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증시도 사이버로 진화한다 =사이버증권사는 한단계 진보한 사이버시장
으로 진화한다.

이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필요없다.

가상증권거래소, 기업, 투자자가 주체가 되는 시장이다.

기업은 사이버증권거래소에 공개.상장된다.

투자자는 사이버증권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기업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거나
주식을 사고 판다.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등장한다.

자금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만큼 구태여
증권사를 중간에 끼울 필요가 없다.

<> 증시 가상거래 이미 태동해 있다 =미국에선 가상증권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상증권사 조사기관인 고메즈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국에서는 69개
가상증권사가 성업중이다.

지난 1년동안 40개나 늘어났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총주식거래량의 17% 정도가 가상증권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구미시장에선 가상증권시장의 탄생도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반 증권거래소만큼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극소수의 가상
증권거래소가 이미 영업중인 것만은 사실이다.

가상증권거래소인 영국의 트레이드포인트는 95년 출범했다.

트레이드포인트는 영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공인증권거래소다.

법적으로는 런던증권거래소와 동격이다.

이 거래소에서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9백여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유동성이 높은 종목은 접속매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단일가에 의한 경쟁
매매 방식로 매매된다.

이 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은 1%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증권거래소인 위트캐피털은 주로 벤처기업을 상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현재 23개사가 위트캐피털을 통해 가상공간에 상장됐다.

<> 한국 증시의 사이버 바람도 만만찮다 =한국에선 아직 가상증권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 세계적 가상증권사인 E트레이드가 한국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가상점포(영업점)는 많다.

가상점포란 증권사들이 자사홈페이지를 통해 주식매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가상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주식을 발행한 기업도 나타났다.

골드뱅크는 98년 4월 회원을 대상으로 공모주청약을 실시, 모두 1천4백85명
으로부터 1만9천8백주를 청약받았다.

하나로통신도 지난해 1월 소규모이긴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주식청약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의 증권산업이 2000년대에 "사이버"를 주제로 일대 재편될 것임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