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웃기는" 컨설팅이 이색 비즈니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유머"의 노하우를 자문해 주는 이른바
"유머 컨설팅"이다.

하루 일과를 조크로 시작하는 방법이나 종업원들과의 대화를 즐겁게
풀어가는 테크닉을 기초에서부터 실전 적용까지 단계별로 지도해준다.

경영진에게 유머가 상하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고
"상사 공포증"을 없애 업무 분위기를 고양시킨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
목표다.

때로는 고객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도 자문한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웃기는 사업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스트레스가 기업 생산성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운데 유머 컨설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자칫 업무가 딱딱해지기 쉽고 스트레스가 많은 컴퓨터 금융 증권회사들에서
특히 "유머 경영"이 인기라고 한다.

이들 업종은 하루종일 어려운 전문용어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만큼 긴장의
강도가 높다.

그래서 더더욱 유머가 필요한 분야다.

IBM의 경우 지난 96년이후 뉴욕 맨하탄에서 열리는 연례 세미나에 유머
강연을 정규코스로 채택해왔다.

찰스 슈왑 증권, 피델리티 투자신탁, 포스탈 서비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등 굵직한 기업과 기관들도 유머 자문을 받는 주요 고객들이다.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해결 전문업체인 "Year2000 파트너십.com"
도 유머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머 컨설팅 업체의 조언에 따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Y2K를 주제로 한 조크를
현상공모한 것.

현상금은 6천달러.

담당자에겐 재기발랄한 유머가 답지하고 있다.

단조롭고 반복적인 작업에 지루해하던 직원들의 분위기가 눈에띄게
달라졌다는 게 회사측의 평가다.

유머 컨설팅을 활용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기업도 꽤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륙과 착륙 안내방송을 "말"이 아닌 "노래"로 한다.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십시오"라는 정형화되고 천편일률적인
멘트를 매번 가락이 다른 "아리아"로 바꾸었다.

직원은 물론 승객들도 "오페라식 멘트"에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유머가 경영의 한 분야로 어엿하게 자리잡으면서 유머 컨설턴트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IBM 바슈&롬등 초대형 기업들을 고객으로 거느린 유머 컨설턴트 존 모레알
(플로리다)은 시간당 무려 5천달러(약 6백만원)의 자문료를 챙긴다.

"웃기는" 댓가치곤 상당한 액수다.

인기 컨설턴트들의 대부분이 모레알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레알은 "유머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충분하게 입증됐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적으로 유머는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촉매제로 평가된다.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열의를 북돋는 자극이 바로 긍정적 스트레스.

이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종업원들의 의료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유머 컨설턴트들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사우스웨스트의 자문을 맡았던 허버트 D.켈러허는 "최근 기업들이
유머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회사에서 농담을 나누거나 웃어대다가는 "근무 태만자"로 찍혔지만
요즘엔 오히려 인기있는 사원으로 평가받는 다는 것이다.

켈러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 자신의 유머 감각"이라고 강조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