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회계제도가 큰 변혁을 맞고 있다.

세계 금융기관들은 국제회계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돈을 꾸어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외국 공인회계사들은 국제적인 회계기준을 도입하는게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적용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 회계기준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개별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긴 기간을 두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
마지막회로 세계 유수의 회계법인인 KPMG와 아더앤더슨 소속 공인회계사들
로부터 국내 회계제도의 발전방향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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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로버트 타크만 < KPMG 미국공인회계사 >
매트 오웬 < 아더앤더슨 미국공인회계사 >
전성철 < 사회 / 경제평론가.미국변호사 > ]

<> 전성철 변호사(사회) =최근 한국의 사회시스템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중에는 회계제도의 변화도 포함된다.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여 실행을 앞두고 있다.

잘 될 것으로 보는가.

<> 로버트 타크만 KPMG 미국공인회계사 =복잡한 문제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과 실행하는 데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제적인 회계기준을 도입했더라도 적용상의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새 기준에 대한 거부감이라든지 위반시 제재방법등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하려면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 매트 오웬 아더앤더슨 미국공인회계사 =새로운 제도를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기업회계 문화도 필요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국의 기존 회계기준도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다.

회계기준을 준수하려는 기업문화의 개혁이 더 절실하다.

<> 타크만 회계사 =일관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97년말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회계감독당국이 회계기준을 상황에 따라 자주 변경해 대외신뢰도를
떨어뜨린 좋은 예다.

당시 한국의 증권감독원은 외환위기로 원화가치가 폭락, 외화부채가 많은
한국기업들의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관련 회계기준을 바꿨다.

당기에 반영하도록 했던 외환환산손실을 몇년에 걸쳐 나눠 처리할 수
있도록 변경해 줬다.

한국기업들의 실적악화를 우려해 편의를 봐준 셈이다.

그런데 이후 외환환산손실을 당기손익에 일시에 반영하도록 다시 기준을
변경했다.

회계기준 적용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조치인 것이다.

물론 엉터리 같은 회계기준 때문만으로 위기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잘 정돈되고 일관성있게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있다면 최소한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여건중 하나가 마련되는 것이다.

<> 오웬 회계사 =최근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새로운 기준들이 발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준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다.

국제회계기준의 해석도 마찬가지다.

도입된 국제회계기준을 준수할수록 한국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3년동안 외환환산손실처리 회계기준이 세차례나 변경됐다는 것은
외국투자자들에게 굉장한 혼란감을 주었다.

또 손익을 조절하기 위한 개별 기업들의 잦은 회계변경도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엔 시장이 이런 기업을 바로 문제있는 기업으로 인식해 벌을
준다.

<> 사회 =새로 발표되는 한국의 회계기준들은 대부분 미국의 회계기준
(GAP)을 본따 만든 것으로 안다.

미국 회계기준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 타크만 회계사 =물론이다.

획일적인 회계기준이 있을 수 없다.

기업들이 기존 회계기준의 사각지대에서 거래를 하는 경우엔 새로운 회계
기준이 만들어지고 적용된다.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개정되기도 한다.

<> 오웬 회계사 =특히 미국에서는 회계기준이 정부기관이 아닌 FASC라는
민간기구에 의해 제정되고 개정된다.

이 기구는 미국공인회계사회(AICPA)와는 다른 기구다.

물론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서도 기업회계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권을 이런 민간기구에 넘겨주고 있는 추세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EC와 민간기구들의 협조관계가 전혀 없는게 아니다.

상호협조로 회계기준 제.개정과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한국의 회계기준도 많이 변경됐다.

다른 부문보다 은행 증권부문관련 회계기준이 발전적으로 개정됐다.

개정회계기준이 적용되는 99회계년도는 한국기업들에게 전혀 다른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 사회 =FASC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 오웬 회계사 =회계업계 기업경영진 학계 증권거래소 감독당국 등의
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되고 회계정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위주로
운영된다.

물론 회계정보의 최대 최종 수요자는 투자자들이다.

<> 타크만 회계사 =증권감독위원회(SEC)의 경우 부실회계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며 회계법인이나 관련 상장사에 대해 각종 제재조치를 취한다.

주식투자자등도 회계법인이나 부실회계관련 기업의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 있다.

한국도 부실회계에 대해 철저히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좀 더 활발히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한 기업에 대해 두개의 회계법인이 동시에 회계감사를 한다.

물론 각자의 회계감사 결과에 대해 이견을 달지 않는다.

공정성과 회계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 오웬 회계사 =미국에서는 한 기업에서 결정된 사안이나 관련정보를 그
기업의 경영진과 투자자는 물론 회계법인도 가능한 공유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 사회 =한국기업들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될 전망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 오웬 회계사 =올해부터 대그룹위주로 작성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실제 원만히 작성될지 의문이 많다.

계열사간의 거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그렇게 쉽지 많은 않을 것이다.

<> 타크만 회계사 =그렇다.

지금까지 계열사간의 중요 거래관계정보는 대기업 회장실에서 관할해 왔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과연 어떻게 계열사간의 거래
정보를 속속들이 취합할 것인지 관심사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참가할 직원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오웬 회계사 =결합재무제표를 올해말까지 작성해 2000년 6월까지 발표
하도록 했는데 너무 긴 기간이다.

늦어도 2월까지는 발표시기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 타크만 회계사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1월에 발표한다.

모든 미국기업들이 적어도 2월까진 발표하는게 상례다.

모토로라의 경우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현지법인까지 포함해 결산후 5일
이내에 결합재무제표가 발표될 정도다.

신선한 정보를 가급적 신속하게 전달해 준다는 의도다.

<> 오웬 회계사 =한국기업들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은 시작에 불과
하다.

세계적인 기업들처럼 짧은 기간내에 작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한국기업들도 이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기업회계를 실시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사회 =한국내에서도 거미줄같은 계열사들간의 결합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명확한 선을 긋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 오웬 회계사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지배관계등 여러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지분소유관계 등을 어떤 기준으로 해석해야 될지 복잡하다.

미국도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지배관계 규정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아직 "이거다"라는 결론이 난게 없다.

다만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주요 지분이동 등에 대해서는 제때에 투명하게
공시토록함으로써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 타크만 회계사 =양보다는 질적으로 투명한 공시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적인 것과 함께 수익성 등 미래예측이 가능한 기업공시를 내고 있다.

그만큼 책임성도 따른다.

< 정리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