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라''

신발산업이 시활의 기로에 섰다.

동남아 국가의 저임금에 밀려 국내신발공장이 대부분 황폐화된데다 국제
통화기금(IMF)한파까지 겹쳐 생존기반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의 신발생산기지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 국산 브랜드를 대표하는 르까프와 프로스펙스의 연쇄부도는
국내 신발산업의 고사위기를 단적으로 반증한다.

이에따라 국내 신발업체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는데 부심하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직접 대결을 피하면서 틈새
시장을 개척,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확보한다는게 그것이다.

고객요구를 즉시 제품기획과 생산에 반영하는 QRS(Quick Response System.
시장즉각대응시스템)를 가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스펙스 르까프 액티브 등 국산 대형 브랜드와 중소 신발업체
간에도 생존전략이 양분화되고 있다.

<> 대형 브랜드의 생존전략 =IMF관리체제이후 대형 브랜드는 사실상
수출부문을 포기했다.

대신 해외 유명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에 대응, 국내시장을 지키고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의 독특한 체형과 요구 생활습관등을 제품개발에 반영하고 해외
브랜드가 치중하지 않는 틈새영역을 개척하는게 주요 전략이다.

우선 해외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라가는 경향에서 탈피, 한국인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신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프로스펙스는 부산 신발연구소에 용역을 의뢰,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고용, 전통적인 색상과 디자인을 반영하는 한편
제품군을 연령및 성별로 세분화했다.

한국인의 발 형태에 맞는 신발모형과 신소재를 개발하는 전담팀도
구성할 계획이다.

QRS 도입도 활성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와 구매패턴을 분석, 제품 기획단계부터 반영하기 위해서다.

프로스펙스는 전국 32개 안테나숍을 운영하면서 구매자의 반응과
판매동향을 조사, 개발및 생산과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르까프 액티브등 다른 국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찾지 않거나 싫어하는 모델은 곧바로 생산중단된다.

안테나숍에서 인기를 모은 컬러와 디자인은 차기 제품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제품기획 사이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IMF이전엔 통상 반년 또는 계절별로 제품을 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이후 QRS 도입과 더불어 제품기획이 상시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를 잡아 새로운 틈새영역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또 물류자동화와 재고부담 감소를 위한 자동출하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제품 판매량에 따라 추가적인 생산량을 결정, 최적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 중소업체의 생존전략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하청을 주로 맡았던 중소
신발제조업체들도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마저 생산공장을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수주물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중소 업체들은 특화상품 개발을 통한 틈새시장과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화상품의 경우 시장은 좁지만 기술력을 축적하면 독보적인 마켓셰어를
확보할수 있는게 장점.

등산화 롤러블레이드 오토바이부츠 패러글라이딩부츠 등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등산화 전문업체인 케이투상사는 국내 산악지형에 알맞는 등산화를
시판, 급성장하고 있다.

화강암에 잘 견디는 특수소재와 디자인을 개발한게 주효한 결과다.

금강산 관광을 기념한 테마상품도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다.

성호실업의 경우 롤러블레이드로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딱딱한 PVC재질의 신발 몸체부분에 부드러운 운동화 갑피소재를 접목,
선진국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