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은 현대인들의 마음 한구석에 늘 해방과 일탈을
꿈꾸게 한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은 콘크리트건물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같은 현실에서 "도심탈출"이란 소박한 바램하나 실천하기가 제법 어렵다.

그래서 대림산업 몇몇 직원들은 95년 9월 "향토문화연구회(이하
향문연)"를 만들었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고 또 사라져 가는 옛것을 찾아 조상의
슬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맨처음 갔던 안동 하회마을 그리고 최근 다녀 온 제천과
영월까지 국토의 동서남북을 쏘다니고 있다.

우리 혼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들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일탈의 설레임이 자칫 가벼움으로 흐를 수 있다.

그래서 답사계획이 확정되면 꽤 많은 준비들을 한다.

이때 맛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떠나기 전에 회원들이 조별로 나누어 사전연구.조사를 한다.

또 현지에서는 미리 섭외한 전문가에게 안내를 요청,우리문화와
유물.유적에 대한 안목을 높인다.

그리고 답사를 다녀와서는 서로의 소감과 답사평가회를 갖는다.

답사여행중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비회원들에게도 개방한다.

그 반응이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일상을 떠나 온가족이 함께 우리 선인들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그
안에 담긴 슬기와 지혜를 깨닫는 기쁨은 오래오래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향문연"의 답사여행에는 늘 젖먹이 어린아이에서부터 칠순
할머니까지 따라 나선다.

가족과 회사가 새롭게 맞닿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IMF를 우리의 신명과 땀으로 이겨내기 위해 매주 하루를
정해 퇴근후 사내강당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대림산업 6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그동안 향문연 활동을
통해 얻은 자료들을 정리했다.

이 자료로 사내 슬라이드 발표회나 공연 세미나 등을 열 계획도
세우고 있다.

향문연의 작은 노력들이 회사나 우리 사회에 우리 것을 소중히 하며 계승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했으면 하는 것이 회원들의 바람이다.

< 신송범 대림산업 계약관리부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