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kim@hanmail.net >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큰 산도적이다.

그는 자기 집 옆으로 다니는 행인들을 유인한 뒤 침대에 누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발을 잡아 뽑고 키가 크면 발을 잘라서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요즘에도 프로크루스테스적인 상황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최근까지 대기업에서는 여사원을 모집할 때 "키 1백60cm 이상, 몸무게
50kg 이하"라는 신체적 기준을 못박았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자상업고에서는 다이어트를 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키를 크게 하려고 우유를 많이 마신다든가 다리를 가늘게 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어떤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과 다르면 "비정상"으로 느끼게 강요되는
일이 우리 사회 속에는 적지 않다.

그 기준의 대표적인 것이 "평균적인 사람"이다.

특히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판매원들은 이 "평균적인 사람"에 대해
매혹적인 충동을 느낀다.

대량생산의 필요성은 그 충동을 더 부채질한다.

물론 수요자의 중심(평균)을 이루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목표시장
이므로 그들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평균적인 사람"에 대한 집착은 심한 경우가 많다.

주택 차 가구 등은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주택, 그중에서도 아파트는 평균가정을 대상으로 설계한다.

개개인의 이질성이나 다양성은 무시한 채 실재하지도 않는 평균치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키 큰 사람은 승용차를 탈 때 자주 머리를 부딪치고 키 작은 사람은 운전시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용 책상과 의자도 그렇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키가 다를텐데 가구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학생용
책상의자는 한 종류뿐이다.

부엌에서 여자들이 사용하는 싱크대도 마찬가지로 여자들의 평균키를 기준
으로 만든다.

키가 작은 여자들은 싱크대를 사용할 때 손이 아프게 되고 큰 여자들은
구부리고 일해야 한다.

평균에서 다르면 비정상으로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비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데 현재의 대량생산공정이
크게 위협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가구에서 단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다리를 만들면 평균적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맞는 것을 만들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