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쇼의 또 다른 지평"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움"

한국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신작 발표회에 쏟아진 프랑스 언론들의 찬사다.

"1999-2000년 가을.겨울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는 그녀를 두고 프랑스
언론들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복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우아한 의상과 그녀만의 독특한 전시 방법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13일 파리 카르티에 제네랄에서 열린 이영희의 신작 출품장은 조각 전시회와
행위예술 공연장을 연상케 했다.

눈 덮힌 겨울을 연출한 무대위에는 무지개색 만월 조명에 흑백의 현대식
마고자와 두루마리 치마 배자 조바우를 달아 한국의 겨울 숲을 연출했다.

그리고 화장기없는 청순한 모습의 프랑스 톱모델 마리 소피가 오염되지
않은 미래의 설목 사이로 명상의 산책을 하는 장면으로 구성됐다.

작품 전체의 흐름은 가죽과 모피, 순모 뜨개질을 동시에 사용한 복합재료를
이용해 한복의 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현대 도시인을 위한 의상으로 꾸며졌다.

특히 마고자를 거꾸로 입은 흰 가죽드레스는 특히 갈채를 받았다.

프랑스 언론들이 이영희 작품전에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그녀가 지난해
부터 파리 컬렉션 패션쇼에 획기적인 작품 소개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부터 유명 톱모델이 등장하는 호화 패션쇼가 아닌 미술 전람회
형식을 빌린 전시회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97년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로 호화쇼를 열기에는 경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파리 컬렉션 조직위도 지난해 단 한명의 모델만 고용하는 이영희의 이같은
작품 발표회를 두고 한국 디자이너의 "IMF식 패션쇼"라고 평가했었다.

이런 발표법은 의외로 패션 전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는 일본의 고지, 니혼마추, 프랑스의 코린, 콥슨, 쟝뤽, 암슬레 등
5명의 외국 디자이너들이 이영희의 작품전을 흉내낸 전시회식 작품 발표회를
가졌다.

이번 컬렉션을 취재한 르 몽드의 패션 전문기자 로랑스 베나임은 "뛰어난
무대구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패션쇼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하며
"저고리없이 한복 치마로 연출한 이브닝드레스는 상상을 초월한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