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의 풍부한 경험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승부사들이 소프트웨어(SW)업계
를 누비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젊은 벤처기업인들과는 분명
다른 케이스다.

아이디어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자산으로 갖췄다.

일선영업 등의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이름하여 "쉰세대 벤처기업인"이다.

통합콜센터 시스템업체인 포프텍의 안석규(57) 사장도 그중의 하나다.

그는 30년 넘게 ''컴퓨터밥''을 먹어오다 환갑을 눈앞에 두고 아들뻘
젊은이들이 주름잡는 벤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 정보산업계의 원로에 속한다.

안 사장이 컴퓨터분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6년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였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여기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초창기에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 30년을 넘게
컴퓨터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동안 정부전자계산소를 거쳐 민간기업으로 나가 한국유니시스 상무,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아태지역 부사장, 포스데이타 상무,
동양시스템하우스 전무, 한국실리콘그래픽 부사장 등을 지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영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창업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

마지막 직장(한국실리콘그래픽)에 있을 때 안 사장은 통신서비스회사인
아남텔레콤 기술고문을 겸직했다.

이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통신기술자들은 통신만 알지 컴퓨터나 정보시스템을 전혀 모르더라구요.
통신에 정보시스템을 접목시키면 엄청난 돈벌이가 될텐데"

그의 창업동기다.

안 사장은 지난해 5월 새 회사를 차렸다.

SI업체에서의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선 농협 신한은행 등에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SW를 공급하는데서부터 시작했다.

당장 먹고사는데 필요한 ''살림밑천''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까지 6개월여만에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려 운영자금은 어느정도
확보했다.

그동안 통신과 컴퓨터기술을 통합하는 사업을 준비했다.

오는 4월1일부터 전국의 콜택시를 잇는 통합콜센터 사업에 나서는게 바로
그것이다.

주파수공용통신(TRS)으로 연락하는 콜택시에 컴퓨터SW를 연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망을 갖춘 한국통신TRS 및 아남텔레콤과 손잡았다.

이미 한국통신으로부터 콜택시 서비스번호(1588-2255)까지 받아놓았다.

그는 특히 이 콜센터에 고객DB와 차량DB를 갖추고 위성을 통한
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차량의 위치까지 추적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서울에 중앙콜센터를 두고 10개 지방도시에도 지역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약 3천대의 콜택시를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2002년 월드컵 때까지 4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안 사장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다.

정보기술분야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길을 찾으면
곧바로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통합운수물류 부가가치통신망(VAN)센터''도 그중의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물류와 정보기술을 연계시켜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이다.

아이디어는 그가 포스데이타 시절 구축작업을 이끌었던 ''철강 부가가치
통신망(VAN)"에서 얻었다.

철강물류정보망을 다른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다.

포프텍은 오는 4월부터 이 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차량은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무슨 화물을 싣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TRS를 통해 일반 유선전화로 통화할 수 있는 SW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에서 TRS를 이용하는 경우엔 별로도 이동전화를 쓸 필요가 없어
월 10만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는게 안 사장의 설명이다.

창업자본금 5천7백만원에 기술사 1명과 함께 2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제 직원을 7명으로 늘었다.

매출도 올해 상반기에만 5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월말 결산인 이 회사는 창업 1년만에 6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게 된다.

SW분야 벤처기업으로는 출발이 좋은 셈이다.

안 사장은 "올 하반기엔 통합운수VAN센터를 미국 실리콘밸리지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성능이나 품질에 대해 미국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랑한다.

게다가 늦깎이 벤처기업가로서 "그동안 닦아둔 안면이 많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