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확률이야기) '숫자의 권위와 어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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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숫자에 주눅이 드는 예는 화술에 관한 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화술에 관한 책에는 "숫자를 써서 공격하라" "숫자의 권위를
이용하라"라는 내용의 장이 있는데 상대방의 공박을 잠재우고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이게 하는 테크닉으로서 숫자를 필요할 때마다 인용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상대방은 대개의 경우 그것이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거나 약간 의심이 가더라도 자신이 없어 반발하지
못한다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과학이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주문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적"이란 말로 많은 것들을 포장하고 있다.
화술에서 숫자를 쓰는 것도 아마 숫자가 주는 과학적이라는 권위에 주눅이
들어 반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서없이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라도 숫자를 몇개 곁들인다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똑같은 사실을 말하면서도 통계수치를 동원하면 더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토론이나 대화중에 등장하는 어떤 숫자들은 아무 근거도 없는
어림수인 경우가 많다.
자기의 주장을 인상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억지로 꾸며낸 숫자일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숫자에 주눅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전혀 근거가 없는 어림수일지라도 언제나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상대방에게 몇개의 통계숫자를 갖다대면 상대방은 어리벙벙해져서
반박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영국 수상을 지낸 디즈레일리(Disraeli)는 국회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각종 통계수치를 조목조목 인용하여 대답함으로써 의원들의
예봉을 잘 피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대답을 할 때마다 그는 항상 메모지를 보면서 각종 통계수치들을
인용하였다고 한다.
디즈레일리 수상이 국회에서 답변을 하던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상은 그날도 그의 특기를 살려서 숫자가 포함된 조리있는 대답으로
의원들의 말문을 막았다.
그런데 수상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때 실수를 하여 그의 메모지를 바닥에
떨어 뜨렸다.
그러자 수상의 통계수치 인용에 대해서 평소에 감탄(?)을 하던 한 호기심
많은 국회의원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 의원은 도대체 메모지에 무엇이 써 있을까 하는 것이 매우 궁금했던
것이다.
메모지를 본 의원은 깜짝 놀랐다.
수상이 열심히 참고를 했던 메모지는 숫자 하나 적혀있지 않은 백지였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숫자로 된 정보의 상당수는 추정치, 즉 어림잡아서
추측된 값이다.
상대방이 어림수를 들이 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림수를 쓰는 사람들은 그 어림수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사용하는 어림수가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면(주눅들 필요없이) 그 어림수의 근거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
대부분의 화술에 관한 책에는 "숫자를 써서 공격하라" "숫자의 권위를
이용하라"라는 내용의 장이 있는데 상대방의 공박을 잠재우고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이게 하는 테크닉으로서 숫자를 필요할 때마다 인용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 숫자가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상대방은 대개의 경우 그것이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거나 약간 의심이 가더라도 자신이 없어 반발하지
못한다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과학이라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주문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적"이란 말로 많은 것들을 포장하고 있다.
화술에서 숫자를 쓰는 것도 아마 숫자가 주는 과학적이라는 권위에 주눅이
들어 반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서없이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라도 숫자를 몇개 곁들인다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똑같은 사실을 말하면서도 통계수치를 동원하면 더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토론이나 대화중에 등장하는 어떤 숫자들은 아무 근거도 없는
어림수인 경우가 많다.
자기의 주장을 인상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억지로 꾸며낸 숫자일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숫자에 주눅들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전혀 근거가 없는 어림수일지라도 언제나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상대방에게 몇개의 통계숫자를 갖다대면 상대방은 어리벙벙해져서
반박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영국 수상을 지낸 디즈레일리(Disraeli)는 국회에서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각종 통계수치를 조목조목 인용하여 대답함으로써 의원들의
예봉을 잘 피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대답을 할 때마다 그는 항상 메모지를 보면서 각종 통계수치들을
인용하였다고 한다.
디즈레일리 수상이 국회에서 답변을 하던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상은 그날도 그의 특기를 살려서 숫자가 포함된 조리있는 대답으로
의원들의 말문을 막았다.
그런데 수상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때 실수를 하여 그의 메모지를 바닥에
떨어 뜨렸다.
그러자 수상의 통계수치 인용에 대해서 평소에 감탄(?)을 하던 한 호기심
많은 국회의원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 의원은 도대체 메모지에 무엇이 써 있을까 하는 것이 매우 궁금했던
것이다.
메모지를 본 의원은 깜짝 놀랐다.
수상이 열심히 참고를 했던 메모지는 숫자 하나 적혀있지 않은 백지였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숫자로 된 정보의 상당수는 추정치, 즉 어림잡아서
추측된 값이다.
상대방이 어림수를 들이 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림수를 쓰는 사람들은 그 어림수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사용하는 어림수가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면(주눅들 필요없이) 그 어림수의 근거에 대해 질문을 해야 한다.
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