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에 "삼부" 돌풍이 일고 있다.

부산지역 최대의 파이낸스회사인 삼부파이낸스(회장 양재혁)가 올들어
창투사인 삼부벤처캐피탈을 출범시키면서 건당 10억~20억원씩을 과감히 투자,
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것.

이 회사의 "베팅" 금액은 통상 투자액의 3~4배나 된다.

삼부는 10일 말레이시아 인근지역 어업권을 획득한 모 기업에 창투업계로선
거금인 13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개그맨 심형래가 대표인 영구아트무비가 제작중인 영화 "용가리"
에 22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작년에는 영화 "엑스트라" 제작에 12억원을 출자했다.

양재혁 회장은 영상벤처에 매력을 느껴 최근 영화 제작.배급회사인
삼부파이낸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영화사는 자기자본 1백억원을 투입해 올해 10여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영화는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수 있는 좋은 벤처투자처지요. 학창시절
단역이긴 하지만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지금도 관심이 각별합니다"

즐기면서 큰 돈도 벌 수 있는 아이템이 영화라는 것이 양 회장의 지론이다.

그렇다고 하이테크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다.

GSM휴대폰 개발업체인 휴텔 등 몇몇 기술집약적 벤처기업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양 회장의 특징은 저돌적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과단성에 있다.

투자를 결정하는데 길어도 한두달 이상 걸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거쳐 불과 1주일 여만에 투자결정을 내리곤 한다.

의사결정에서도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는 셈이다.

자본조달 규모 또한 크다.

왕성한 투자를 위해 상반기중 자본금을 1백억원에서 5백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해외 벤처캐피털을 끌어들여 자본을 1천억원으로 늘릴 예정.

양 회장은 "파이낸스 유보금 등 자체 자본여력이 꽤 되고 외부 투자자들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증자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창투사들이 인력을 감축하는 것과는 반대로 인재를 끌어모으는
점도 관심거리다.

현재 3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두고 있는 삼부벤처캐피탈은 2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키로 하고 인재를 충원하는 중이다.

삼부의 돌출적인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모처럼
업계의 벤처투자를 촉진시키는 다크호스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02)569-7100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