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확보하라''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식수 및 용수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클라우스 토퍼 사무총장이 연초 미국화학협회의 잡지
와 가진 회견에서 조만간 물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그는 "인구는 증가하지만 마실 물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물을 차지
하기 위한 국지전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인 오는 22일을 전후해 유엔에서 세계의
식수량을 점검하고 지하수를 포함한 모든 물에 대한 사용협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달말부터 김포시는 아파트를 지을때 필요한 용수를 확보할 수 없어
아파트 건축허가를 보류할 정도다.

또 무분별한 사용으로 전국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하수
도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유엔은 이미 우리나라를 수자원 부족국가로 분류, 적절한 대책을 취하라고
권하고 있다.

<> 물 위기론

꼬리를 무는 엘니뇨와 라니랴 등 기상이변으로 세계적인 강우량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례없는 홍수가 특정지역을 휩쓸때 다른 한켠에서는 가뭄에 타들어가는
대지를 보며 목말라하고 있다.

이에따라 물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요르단 강물의 사용권을 놓고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분쟁을 벌였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인도와 방글라데시간에 강과 호수의
사용권을 놓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 물 사용권을 놓고 주변국과 분쟁을 벌인 적이 없다.

아직 물이 부족한 나라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96년의 경우 3백25억t의 사용가능한 물이 공급돼 3백1억t이 사용됐다.

약 7.5%의 물 예비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2003년이면 물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2011년이면 연간
33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 국내 수자원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인 9백73mm의 1.3배 수준인
1천2백74mm에 달한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사용가능한 수자원은 2천9백t으로 세계평균
의 11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연평균 강수량의 60%이상이 장마를 전후한 6월부터 9월에 집중돼
대부분의 수자원이 쓸모없게 버려지고 만다.

우리나라의 수자원 총량은 연간 1천2백67억t.

이중 45%인 5백70억t이 증발되거나 지하로 스며들고 55%인 6백97억t이
하천을 거쳐 바다로 흘러든다.

<> 지하수 오염심각

국내에서 먹는샘물부터 농업 및 공업용수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지하수의
양은 연간 26억t선.

전국 방방곡곡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지하수가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한 개발과 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한 관정을 소홀히
관리해 지하수가 썩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관정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하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에 이르는
지점까지 박아넣는 직경 20cm 안팎의 원형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온갖 폐수가 지하로 흘러드는 통로가 되고 만다.

지난 96년까지 사용되고 있던 관정은 78만여개.

경제성을 갖추지 못해 방치된 것까지 합치면 2백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
된다.

국토를 뒤덮은 이 관정중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들이 지하수를 더럽히고
있는 셈이다.

지하수는 하천과 달리 매우 느리게 이동하므로 한번 오염되면 정화하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지난해 국회에서 13개의 먹는샘물 제품에서 비소와 불소 등이 허용치 이상
으로 검출돼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을 재확인시켰다.

<> 수질오염의 주범

최근 유조차가 춘천호 상류에 추락, 수자원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낙동강 하류는 오염이 심각해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힘들다.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기름 영양염류 중금속 합성세제 유기물질
등이다.

기름은 1ml가 1천평방m의 넓은 지역에 막을 형성한다.

일단 물을 덮은 막은 산소를 차단해 어패류가 호흡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비료 등에 포함된 질산염등 영양염류가 하천에 흘러들어 플랑크톤 등
조류가 급속히 번식하는 적조현상을 일으킨다.

적조는 물속의 산소를 고갈시켜 어패류의 죽음을 일으키고 미생물의 분해
활동을 억제해 물을 썩게 만든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합성세제는 거품막을 형성해 어패류는 물론 미생물
도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하천으로 만든다.

유기물질인 음식물 찌꺼기나 축산폐수도 물을 썩게 만든다.

<> 수자원 확보 대책

유실되는 물을 가두기 위한 댐을 건설하고 지금이라도 지하수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댐 건설은 생태계에 변화를 주는 문제를 안고 있어 신중히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도 동강에 댐을 건설하는 것을 놓고 환경운동가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또 지하수를 깨끗하게 보전하기 위한 연구비가 없어 실질적인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21세기를 앞두고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