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짧다.

매일 두개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퇴근후 다시 출근하는 이른바 "문라이팅족"이 컴퓨터 비즈니스분야에서
크게 늘고 있다.

문라이트(Moonlight)는 "부업을 한다"는 의미로 특히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엔드리스레인의 이호찬(28)사장.

그는 보름전까지만 해도 하루를 두개의 인생으로 쪼개 살던 문라이팅족
이었다.

대만계 컴퓨터회사인 어드밴텍코리아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포데스크의 공동 대표라는 이중생활을 해왔던 것.

그는 지난 1년동안 피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해왔다.

오전 7시반까지 원효로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실로 출근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회의를 주재한 다음 9시까지 강서구 등촌동의
어드밴텍까지 가야했다.

하루에 두번 출근하는 셈이었다.

오후 2시정도까지 1차 업무를 마감하고는 지하철을 타고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 충정로 지점에 입주한 인포데스크로 이동했다.

마케팅 분야를 맡아 중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6시 정도까지 일을 보고 다시 어드밴텍으로 가 2차업무를 끝내는 시각은
8시께.

다시 원효로의 개발실로 돌아와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게 하루 일과였다.

이제 문라이팅이 본업으로 바뀌었다.

본격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인포데스크에서 소프트웨어 부문만을 따로 떼어내 "엔드리스레인"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회사의 특징은 이 사장을 제외한 11명의 직원 모두 고졸 출신이라는 것.

평균 연령도 24세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개발하는데 대학 졸업장이 무슨 소용입니까"

대부분이 용산 전자상가 출신인 이들은 실력만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는 개인정보관리 프로그램인
"하얀종이".

지난 97년 10월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에만 1만5천카피가
팔려나갔다.

컴퓨터에 번들로 제공한 제품까지 합치면 3만개가 훨씬 넘는다.

싱가포르와 대만에 각각 10만달러와 5만달러어치 수출도 했다.

98년 매출은 5억8천만원.

이 사장이 인포데스크에 투자한 금액은 그동안 유통업체와 홈쇼핑업체
등에서 일하며 번돈을 포함, 모두 2억여원.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분야에만 전력투구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에 이중생활을
청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이우찬 사장과 같은 문라이팅족이 정보통신분야에서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 사장은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발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빠른 기술변화 속에서 큰 흐름은 대부분 짚어내지만 작은 분야는 소홀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틈새시장이 많다는 얘기다.

컴퓨터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최근 경제위기로 직장에서 지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도 문라이팅족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전에는 이직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라이팅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두세번 이상 사업으로 성공한 경우 문라이팅쪽으로
생각이 옮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내가 해도 돈벌 수 있을텐데"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고 이 사장은 강조한다.

기업의 경우 마케팅 자금력 등이 아이디어와 결합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지만 개인이 아이디어만 믿고 사업을 벌이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충고다.

"문라이팅족들은 일반 직장인들이 퇴근후 가족이나 친구들과 갖는
여가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문라이팅족이 되려는 직장인에 대한 충고이자 "부업에 신경쓰느라 본업에
소홀한 얌체"라는 문라이팅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 ''문라이팅족''의 3개 유형

첫째 낮에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밤일에 투자하는 유형.

대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분야의 개발및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를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 B부장은 회사 근처에 자그마한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도 4명 채용했다.

대표이사는 부인 이름으로 돼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쇼핑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직장에서 퇴근하면 다시 자기 회사로 출근해 그날의 업무현황을 체크한뒤
진짜로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낮에 일하는 직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끝까지 지켜가는 스타일이
있다.

밤일은 자연스럽게 부업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이경우 인터넷을 활용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펼친다거나 정보제공업(IP),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일을 맡고 있는 C대리는 퇴근후 인터넷을
통해 각종 화학제품을 판매한다.

웹사이트에 내장재 약품 등 각종 화학제품과 관련제품의 카탈로그를
올려놓고 원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제품 생산자와 연결시켜주는 중개상 역할을
하는게 일이다.

B대리와 같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현재 직장을 앞으로도 10년 이상 다닐 생각이란다.

아직도 배울게 너무 많고 각종 교육등 지원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파 문라이팅족도 있다.

미국 굴지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고 있는 D씨는 한국에 인트라넷
전문 벤처기업을 세워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업체로 키워냈다.

대표이사는 대학 후배가 맡고 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