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게임의 경쟁적 노력들이 폭넓게 흩어져 있는 지식의 효율화를
보장하는 것은 (가격의) 코드화된 형태로의 정보전달에 의한 것이다"
(하이에크, "법, 입법 및 자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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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kk0420@mail.hitel.net >

아마도 금세기 경제학자 중 하이에크 만큼 시장의 본질을 잘 이해한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하이에크의 시장이론은 그 스스로 평가하듯 그의 학문적 기여 중 가장
핵심에 해당한다.

또 현대 정보경제학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시장을 정보의 조정 문제로 접근한다.

시장은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모여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이때 시장의 모든 사람은 자기가 가진 물건을 팔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산다.

이런 일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가.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고자(팔고자)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매매라는 개인행위 간의 조정이 이루어지는 덕택이란 얘기다.

또 이 행위 간의 조정 현상을 한꺼풀 벗겨보면 각개인들이 지닌 정보의
조정에 다름아님을 알 수 있다.

내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려면 일단 누가 내 물건을 원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지녀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모든 사람의 거래가 다 달성된다는 말은 모든 사람 각자가
자신의 거래 행위에 필요한 복잡한 정보 문제를 풀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므로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말의 내용은 시장에서 행위의 조정, 그리고
정보의 조정이 효율적이란 것이다.

그러면 시장은 어떻게 정보의 문제를 푸는가.

하이에크는 가격의 정보전달 메카니즘과 경쟁이라는 정보발견절차라는
두 가지 시장의 메카니즘을 제시한다.

먼저 전자를 살펴보자.

시장 참여자의 수가 제한된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참여자들이
정보의 문제를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래 상대가 불특정 다수일 때, 자신의 물건을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모두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가질 수 없다.

어떤 탁월한 개인도 이 정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정보의 문제가 가격에 의해서 해결된다.

사실 현실의 시장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가격에 따라 자신의 거래행위를
조정한다.

즉 가격이 오를 경우, 그 물건을 파는 사람은 왜인지는 몰라도 자기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알고는 판매량을 늘린다.

반대의 경우라면 판매량을 줄일 것이다.

결국 가격변화는 판매자에게는 수요량변화에 대한 정보를, 마찬가지로
구매자에게는 공급량 변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시장참여자들은 시장가격이 전달해주는 정보에 따라 자신의
거래행위를 조정하게 되는 것이며,그 결과 시장 전체로는 무수히 많은
개인행위 간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또 정보의 문제가 풀리게 된다.

다른 한편 시장경쟁은 그때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발견케
하는 제도 내지는 절차이다.

시장 속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각개인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있고 또 수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이를
활용할 것이다.

즉 생산자는 자신이 아는 최선의 생산방식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고,
상인은 자기가 아는 모든 국지적이고 세세한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여
이윤을 얻으려 할 것이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생산방식이나 특정시장정보 등)를
찾아내 활용하면 그들은 일시적 이윤이라는 보상을 누리겠지만 새로운
정보의 발견을 등한시한 사람은 손실 또는 퇴출이라는 벌칙을 받게 된다.

또 결과적으로 경제전체는 이러한 경쟁절차를 통해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의 과실(혁신, 신제품 등)을 향유하게 된다.

현실의 시장이 지닌 동태적 특성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