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로컬가격제도를 없애고 판매가격을 단일화한다.

7일 포철관계자는 지금까지 로컬가와 내수가격으로 2원화돼 있던 공급
가격체계를 바꿔 빠르면 4월부터 제품별 판매가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철은 이미 로컬가격폐지로 철강 및 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등 가격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무작업을 마쳤다.

포철은 조만간 품목별 출하가격을 확정하고 수요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 등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포철이 로컬가를 없애기로 한 것은 로컬가격제도가 자칫 통상압력의
빌미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 철강업체들은 사실상 정부의 지배력을 받는 포철이 수출용
원자재로 쓰이는 철강제품을 로컬가로 공급하는 것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보조금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방한한 피셔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도 한국철강업체의 대미
수출증가에 우려를 표시하며 로컬가격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은 국제철강시황 및 환율추이를 반영, 분기에 한번씩 달러로 로컬가격
을 정해 수요업체에 일정 비율의 로컬제품을 공급해 왔다.

포철측은 이같은 로컬가격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환율에 따라 내수가보다
높을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어 보조금지원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요업체 입장에서 보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효과가
있어 환차손부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수출영업을 할 수 있는 잇점이
있었다.

포철 관계자는 "로컬가격이 결과적으로 수요업체의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지만 앞으로 미국측에서 이를 빌미로 통상압력을 강화할 움직임이
어서 가격체계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포철의 이같은 판매가격통합 움직임에 대해 철강 수요업체들은 초긴장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포철이 제품별로 통합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요업체의 수익구조
는 물론 제품판매가격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서이다.

특히 주요 제품인 핫코일의 경우 1.4분기 로컬값이 2백15달러로 내수가격
(30만5천원)보다 낮아 주수요업체인 냉연 및 강관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부 대량 수요업체들은 핫코일 등 철강제품의 수입을 자제하는
대신 로컬가와 내수가격중 싼 제품의 구매를 늘려 왔으나 이번 가격통합으로
이같은 원자재 구매관행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포철은 수요업체의 우려에 대해 이번 판매가격일원화로 수요업체들의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제품별 가격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
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 용어설명 ] -----------------------------------------------

<> 로컬가격제도 <>

수출용으로 쓰이는 원자재의 판매가격을 내수가격과 구별해 결정해온
제도.

수출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로 주로 철강 석유화학 섬유원료 분야에서
로컬가를 적용해 왔다.

로컬가를 적용해야 하는 법적 규정은 따로 없지만 70년대부터 관행으로
굳어져온 제도.

따라서 포철 등 원자재생산업체는 국제시황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로컬가격을 정한다.

수요업체들은 로컬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경우 수출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로컬제품 구매비율을 높여 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