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바람이 그립다면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로 가면 된다.

경기불황의 찬바람이 여전한 요즘,증권회사의 사내방송은 성과급 보너스
흑자전환 등 희소식 일색이다.

지난달 이후 주식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가파른 상승 뜀박질
다음의 숨쉬기 정도로 간주하는 낙관론이 가득하다.

영업실적 호전에 따라 증권회사의 경영방침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지사.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증권회사들의 "호황기 전략"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들리는 주제는 영업점 늘리기 경쟁이다.

최근 일취월장하고 있는 한 증권사는 현재 1백개정도인 영업점을 금년안에
50개 더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다른 선두권 업체들도 이 회사에 뒤질 수 없다는 의지아래 야금 야금
영업점을 늘려 나가고 있다.

경쟁심리까지 가세해 "거품"이 조장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심지어 금융기관 구조조정심의에 묶여있는 증권사까지 영업망을 확충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주부고객과 명예퇴직자들을 최대한 유치함으로써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는 "팽창전략"이 수지맞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팽창전략은 증시호황이 장기간 뻗어나가지 않으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몸집 키우기에 앞서 내실을 다질만한 구석은 없는지를 먼저 찾아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특히 증권사의 투자정보서비스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
됐다.

과거 불황기에 투자분석이나 조사팀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감축한데 따른
후유증이다.

조사인력에 대한 푸대접으로 외국계로 자리를 옮긴 증권분석 베테랑들도
수두룩하다.

증권사들은 작년 10월 모건스탠리 월드지수에 한국증시가 편입된다는,
결과론적으로 근거도 찾기 힘든 낭설에 허둥됐다.

전문가나 전담조사팀이 없었던 탓이다.

금년들어서도 FT/S&P월드지수 편입설에 농락당했다.

일반투자자들이 외국회사 자료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세태도 국내 증권사의
투자분석및 조사업무 약화와 무관하지 않다.

증권사들은 금년부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경영평가를
받게됐다.

금감원 평가 리스트에 내실 다지기와 몸집 키우기를 가려내는 기준들이
얼마나 포함될지 궁금하다.

일반투자자들도 영업점 인테리어에 신경쓰는 증권회사보다는 조사자료를
듬뿍 제공하는 증권사를 고집스럽게 찾아나설 때다.

< 양홍모 증권부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