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여명의 여성바둑기사들은 이날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기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전년도 우승자인 김세영5단, 24기 우승자인 도은교6단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의 대국에는 관전자들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도은교6단이 16강전에서 탈락한 것은 대회 최대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도 6단은 세계아마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강자.

16강전에서 김선미 선수와 만난 그녀는 백을 쥐고 세력작전을 펼쳤으나
세귀를 돌아가며 착실히 집을 지은 흑의 실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석패했다.

이날 대국에서 최종 승부를 겨룰 8강에는 김세영 김선희 김은옥 김혜민
이정희 김나연 이민진 이세나로 압축됐다.

아마여류국수 3연패를 기록했던 윤영선 프로2단은 이번 대회의 심판위원으로
참가했다.

윤2단은 "대회 참가자들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는 반면 실력은 일취월장
하고 있다"며 "승자와 패자의 실력차이가 별로 없을 정도"라고 관전평을
말했다.

아마여류국수를 선발하는 최강부에는 권갑룡 도장에서 6명, 허장회 도장에서
5명이 참가했다.

신흥명문 바둑교실로 떠오르는 김원도장에서도 상당수 선수가 출전해 각
도장간에 치열한 우승다툼을 벌였다.

<>.이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서 박용정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지난 73년
창설된 아마여류국수전은 국내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라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선전을 당부했다.

현재현 한국기원 이사장(동양그룹 회장)은 "바둑은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와
지혜를 가르쳐준다"며 "따뜻하고 풍성한 대회를 통해 내실을 다지자"고
격려했다.

대회 후원사인 대한생명보험의 박종훈 사장도 "바둑은 올바른 정서함양과
정신수양을 위한 국민적 기예로 자리잡았다"며 "기업들도 바둑정신으로
IMF체제를 극복해 나가자"고 치하했다.

한일랑 여성바둑연맹 회장은 "현재 연맹에 1만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매달
50여명의 신규회원이 등록하는 등 여성바둑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바둑을 통해 이웃이나 친지들과 화목을 도모하는 주부들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대회에는 푸른 눈의 러시아 기사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20세의 스베타양이 화제의 주인공.

러시아에서 활발히 바둑을 보급해온 천풍조7단의 소개로 지난 97년3월
한국에 바둑유학을 온 그녀는 그해 열린 세계여류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강자다.

스베타양은 아직 서투른 우리말로 "한국에는 강자들이 많아 준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16강전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회 최고령자로 출전한 서지선씨는 올해 75세의 할머니.

최강부에서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서 할머니는 "바둑을 두다보니 몸과
마음이 젊어지고 친구도 많아졌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대회장에는 자녀를 출전시킨 학부모들도 입장해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대진 추첨결과나 대회진행방식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출전선수들보다
더 가슴을 졸이며 대국을 지켜봤다.

대회장 곳곳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복기를 하며 수담을 나누는 흐뭇한
모습도 보였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