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수티챠이 윤 태국 네이션종합언론그룹 편집국장겸
민방 1TV 부회장의 사회로 열린 정치지도자 심포지엄에 참석해 5개국 정치
지도자들과 원탁토론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각국의 전직 수반들이 기조연설을 한 뒤 자유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사회자 =싱가포르의 예를 보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

<> 김 대통령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국가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보장
하는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

우리의 경우 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경쟁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정부,
관료와 밀착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 했다.

몸집은 커졌지만 부채가 엄청난 기업이 됐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고 청렴한 지도자가 나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한 내외의 압력을 받고 있다.

<> 곤잘레스 전 총리 =칠레는 오랜 군부독재였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민주주의는 항상 시장경제에 충실할 수 있지만 시장경제가 민주주의에
충실할 수는 없다.

기술 발전과 정보발전은 독재정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 라모스 전 대통령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대한 김 대통령의 비유가
있다.

자동차 바퀴가 2개면 혼자서 가지 못한다.

많은 바퀴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마차라면 대통령이 말처럼 끌고 가야 한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말이 힘이 있어야 한다.

시장경제 두가지를 양립시키길 바란다면 여기에는 마부와 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 사회자 =아시아인의 생활속에 부패가 있는가.

<> 울펜손 총재 =부패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중 부패가 중요하다.

한국민이 이문제를 쉽게 잊으면 나도 놀랄 것이다.

부패가 무엇이냐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 슐뤼테르 덴마크 전 총리 =법적인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판사들이 이것을 갖고 판단하면 된다.

무엇보다 완전하고 투명한 언론자유가 중요하다.

<> 사회자 =사회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고 보는가.

<> 김 대통령 =소련식 공산주의는 사라졌다.

그러나 서구 사회주의는 보수주의와 융합해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보수주의와 사회주의는 시장경제를 통한 복지사회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져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

<> 사회자 =김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난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 김 대통령 =근본적인 얘기를 해야한다.

한반도의 냉전구도는 우리가 시작한게 아니다.

미.소가 중심이 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화해했고 이미 소련은 소멸했다.

북한에 대해 크게 요구할 생각은 없다.

당장 할 일은 대화를 통해 남북이 공존하는 길이다.

나는 북한에 대해 결코 무력침공을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을 흡수통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