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독단적 기업운영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력행사도 서슴지 않아
소액주주들은 말없는 다수에서 이제는 "오너"의 독단을 견제하는 파수꾼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액주주 운동"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위원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주총에서 주주명부 폐쇄일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정부와 논쟁을 벌였다.

특히 제일은행 주총에서는 부실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 법정에서
승소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삼성자동차에 대한 편법자금 지원 여부를 집중 추궁,
경영진을 진땀 나게 만들었다.

참여연대는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주주제안권 등 소액주주의 권한을 적극
행사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내부거래를 할 경우 반드시 사외이사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해 달라고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소액주주들은 외국인과 연대해 권한을 행사하기도한다.

타이거펀드 등 외국인은 지난해 SK텔레콤 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경영진으로부터 사외이사 3명중 2명에 대한 선임권을 따냈다.

소액주주가 개인적으로 직접 실력행사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4월 대림통상의 소액주주 백광훈씨는 다른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진을 상대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벌였다.

소액주주들은 합병이나 영업양수도때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매수 청구권을
행사, 독단적 경영을 막기도 한다.

아남전자 거평 대한중석 신원 광명전기 등은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주총에서
합병 영업양수도 등 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또 엘렉스 컴퓨터와 경기화학은 각각 영업양수와 영업양도안을 부결시켰다.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것은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권한행사 요건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회사들은 행사요건이 더욱 낮아졌다.

대표소송권의 경우 일반기업들은 3%, 상장회사는 0.01%를 확보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이사.감사 해임 청구권도 일반 기업 주주들은 3%, 상장회사 주주는
0.5%의 지분확보로 행사할 수 있다.

상장회사 주주들이 회사에 대해 제안할 수 있는 권리인 주주제안권도 1%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행사 가능하다.

소액주주들이 권한을 활발하게 행사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감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이의 준수여부를 지켜보는
견제 세력이 없으면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며 소액주주들의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의 활동이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유기업센타의 김정호 법제실장은 "영국에서는 문제가 된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의 주주라야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단순하게 6개월이상 보유
요건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소송은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