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뜬 기업도 적지 않다.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수출환경도 열악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든 회사는
많았다.

이들 업체는 경쟁자들이 쓰러지면서 오히려 쉽게 사업을 할수 있었다.

핵심분야를 일찍부터 선택해 역량을 집중해온 덕분이다.

건전한 재무구조와 탄탄한 수익기반은 IMF의 격랑속에서도 이들을 더욱
우뚝 서게 했다.

핵심분야에 집중해 성공한 기업으론 동양화학 고려제강 삼성전기 대상(주)
극동전선 영진출판사 LG-EDS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들은 한정된 경영자원을 "전공"에만 쏟았다.

동양화학의 경우 소다회와 정밀화학에만 힘을 기울였다.

알짜사업인 농약도 1등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팔았을 정도다.

30여개 품목 가운데 20개가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의 80%가 이 품목에서 나온다.

고려제강은 특수선재 가공분야에 40여년간 집중한 케이스.

한 우물을 판 만큼 해가 갈수록 원가를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기술력이 쌓여 신제품 개발도 이어졌다.

와이어로프(쇠줄) 분야에선 세계 최강의 기업으로 꼽힌다.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한 업체들도 지난 1년여간 과실을
따먹었다.

두산그룹 한화그룹 LG화학 조선호텔 애경산업 등을 들 수 있다.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동성화학 등도 이렇게 성공한 기업에 속한다.

이들 업체는 3~4년전부터 <>비주력사업 정리 <>인원감축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 등을 추진해 불황에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갖췄다.

한화그룹은 지난 1년간 가장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으로 꼽힌다.

2천억원이 넘는 협조융자를 받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

1년간 계열사를 32개사에서 15개로 절반 이상 줄였다.

한때 1천2백%가 넘었던 부채비율은 작년말께 1백75%대로 떨어졌다.

화학 등 주력업종에 역량을 모을 수 있게 돼 (주)한화와 한화종합화학은
다시 우량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0월말 청와대에서 열린 구조조정 모범기업 만찬에서
김대중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재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들도 빛났다.

금융비용 부담이 적은 만큼 IMF 직후 초고금리가 계속될 때도 어려움이
없었다.

남양유업 성안 남해화학 동원산업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 앞에선 "대기업 부채비율 2백%"라는 가이드라인이 무색해진다.

지난해 기준 남해화학의 부채비율은 98%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익과 판매증가율이 창사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탄탄한 기반이 새로운 경쟁력을 낳은 경우다.

남양유업은 빚 한푼 없는 무차입 경영으로 창업이후 34년 연속 흑자의
신화를 이어갔다.

화섬업체인 성안의 경우 이자수입이 금융비용보다 많을 정도다.

이들 업체는 경쟁자들이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해 뛰어다닐 때도 돈 좀
갖다 쓰라는 금융계의 요구를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기술과 마케팅력을 발휘해 불황을 이겨낸 기업도 적지 않다.

반도체 하나로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 신약개발로 오히려
경영실적이 좋아진 종근당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SK텔레콤 엘렉스컴퓨터 삼성SDS 한국타이어 등도 기술에 투자한 덕분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성공 비결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든다.

한정된 자원을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투자한 것이 경쟁력의 요체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목표를 세우면 비관련 다각화는 자연스럽게 지양된다.

자신있는 분야를 택한 만큼 승부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여력이 생길 경우
세계적 수준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최악의 경영 환경속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올린 이들 기업은 선진형 모델로
한동안 각광받을 전망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