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제 1기 경제장관들의 면면을 언뜻 보면 "권력이동"을 실감하기
어렵다.

눈에 익은 경제관료들이 많은 탓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요 경제장관 14명의 출신을 분석하면 일단 두 부류로 나뉜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과 정치인 등 비경제관료 출신 장관들로 우선 대별된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관료 출신
장관들이다.

반면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 등은 국회의원을
지내다 장관으로 발탁된 케이스다.

이는 또다시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각각 추천한 인물로 분류될
수 있다.

크게 4개의 군으로 구분된다는 얘기다.

외형적으론 상당히 복합적인 구성인 셈.

하지만 분명한 건 지난 1년간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핵심 장관들은 대부분
정통 경제관료들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기업구조정을 이끌었던 "5인방"이 그렇다.

이 재경장관을 비롯해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등 지난 한햇동안 DJ정부의
"개혁 총대"를 멘 사람들은 모두 경제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이다.

국가부도 위기의 와중에 정권을 인수한 김대중 대통령으로선 "당연한 선택"
이었는지 모른다.

경제장관들의 특성상 이들을 다시 국민회의나 자민련 몫으로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지역적인 특성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경제수석을 포함한 5명의 핵심 경제장관들중 국민회의 몫으로 분류되는
진 기획위원장(전북 부안) 전 공정위원장(전북 목포) 강 수석(전북 군산) 등
3명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들 세명은 또 과거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란 공통점도 있다.

여기에 이기호 노동장관(전남 광주)까지 포함하면 국민회의 몫 경제장관
4명이 모두 "EPB 호남 출신"이다.

반면 자민련 추천 케이스인 이 재경장관(충남 논산)과 이 금감위원장(중국
상하이 출생)은 둘다 과거 재무부 출신이란 점이 같다.

이 장관은 6공때 재무장관을 지냈고 이 위원장은 지난 79년까지 재무부
핵심인 이재국에 근무했던 관료였다.

두명은 또 김용환 자민련 부총재(전 재무부장관)가 추천한 사람이란 점도
닮은 점이다.

어쨌든 관료출신 경제장관들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그동안의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련하고 능숙하게 외환위기를 극복
하고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이끌었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관료주의의 틀을
못벗고 개혁에 미온적이었다는 악평도 있다.

호평은 주로 과천관가 주변에서, 악평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한때 정치권 일부에선 관료출신 장관들에 대한 호된 비판이 제기
되기도 했다.

또 경제장관간 "호흡"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부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팀 좌장격인 이 재경장관의 "소리 없는"
조율이 역할을 한 점도 있다.

그러나 특히 정치권 출신 장관들의 "한건주의"가 경제팀의 조화를 깬
사례도 빈번했다.

향후 개각때 김대통령이 두번째 경제팀은 어떤 형태로 구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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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정부 1년 경제장관 분류 ]

< 국민회의 몫 >

<> 관료출신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 노동장관
.강봉균 경제수석

<> 비관료출신 * ()안은 전직.출신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국회의원)
.김성훈 농림장관(교수)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기업인)

< 자민련 몫 >

<> 관료출신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김선길 해양수산장관

<> 비관료출신 * ()안은 전직.출신
.이정무 건교장관(국회의원)
.최재욱 환경장관(국회의원)
.김모임 보건복지부장관(자민련부총재)
.강창희 과학기술부장관(국회의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