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아적 가치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시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동북아경제학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경제신문사 및
아시아연구기금 후원으로 1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동아시아 경제발전
모형과 동북아경제협력"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지역의 경제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진단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용도폐기해서는 안되며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날 행사엔 김성훈 농림부장관, 강정모 한국동북아경제학회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핫토리 다미오 일본 도시샤대학 교수, 제임스 웬
영국 트리니티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7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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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교적 시장경제모형 ]

주성환 < 건국대 상경학부 교수 >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2차대전 이후 경제발전에 성공한 아시아권
용들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유교문화권 국가란 점이다.

유교는 서구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요인들
을 갖고 있다.

유교의 성경사상, 절용사상, 그리고 수기안인의 철학 등은 근면한 노동자와
높은 저축 및 인적자본을 형성하는 바탕이 됐다.

유교의 가르침인 조화와 공동체 정신에 따라 동아시아에선 화합적 노사관계
와 가족적인 기업환경이 조성됐다.

사회적으로는 평등한 소득분배가 이뤄어 질수 있었다.

반면 자본가 계급 출현과 기업가 정신을 억눌렀다는 한계도 안고 있었다.

유교관이 개인 이기주의를 억제하고 개인적인 치부를 경시했기 때문이다.

또 유교에는 이윤추구를 위한 재투자나 확대 재생산 등과 관련된 사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유교는 검약 근면 교육 등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본적 재료들을
포함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뇌관이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서구에서 상륙한 시장경제제도는 유교문화가 지닌
잠재적 경제발전 능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동아시아 상품시장을 확대시켜 투자와 확대 재생산을 가능케 했다.

또 그동안 억압돼온 자유와 창의성을 발휘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동아시아 유교문화가 지닌 잠재적 경제발전 능력을
촉발시키는 뇌관 역할을 하면서 동아시아 경제가 단기간내 눈부신 경제발전
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유교는 서구의 기독교문화가 초자연적인 신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내세적 특성을 지닌데 비해 세속적 현실주의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18세기 전까지 동아시아 문화권이 서양문화권에 비해 경제적으로 앞섰던데는
유교의 이같은 특성이 한몫했다.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이 시장경제를 접목해 서구 문화권을 따라잡은 최초의
비서구권 국가란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정리=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