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본사의 외환 사정으로 국내에 일시 귀국했다가 1년만에 다시 중국
베이징에 부임한 한 상사주재원은 도착하자마자 분통부터 터뜨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상사주재원과 언론사특파원 유학생 등의 숫자
가 3분의 1이나 줄었지만 주중 한국대사관만 그대로다"라는 게 그가 목청을
높이는 이유다.

대중 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설명에서는 더
핏대를 올린다.

이런 질타를 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 여러가지 까닭이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도해 세운 베이징 한국학교엔 공관직원의 자녀는 5명
밖에 안된다.

취학대상자 15명중 10명은 국제학교에 다닌다.

정작 상사주재원의 자녀들에게는 이 학교에 취학하도록 권유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는 학비가 비싼 곳에 보낸다.

학비는 걱정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1인당 월 6백달러까지는 전액 지원받고 이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도 65%를
"세금"으로 대준다.

"교육선택의 자유"를 들먹인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것이 "세금 낭비의 자유"
와 동의어가 된다면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 한국학교 개교식때 권병현 주중 한국대사가 "다음 학기엔 공관부터
솔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공관이 달라졌다는 징후는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독신자는 정부 소유의 47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 아파트의 주위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들이 입주를 꺼리는
바람에 독신자에게마저 대형아파트가 배정된다.

다른 임대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임대할 당시에 3천5백달러 하던 아파트 임대료가 현재는 2천1백달러까지
내렸으나 예전의 값을 그대로 주고 눌러살고 있는 곳도 있다.

싼 곳으로 이사하면 후임자에게 나오는 임대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싸도
군말없이 산다고 한다.

내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니까 큰 문제없으면 넘어가자는 행태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주중 한국대사관이 쓴 임대료는 무려 3백1만4천4백
52달러.

대사관과 관저 영사부의 임대료(월 17만4천달러)를 빼도 공관직원 55명의
주택임대료는 월평균 16만1천달러(한화 1억7천7백10만원 상당)에 이른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IMF의 무풍지대"라고 수군거리는 상사주재원들의 소리가
공연한 트집이 아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