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시장의 맞수 두산과 진로가 상대방을 헐뜯는 비방광고전을 벌이며 치고
받는 싸움에 돌입했다.

두 회사의 맞대결은 아파트, 자동차 등을 걸고 지난해 말 시작한 경품판촉
싸움이 정부 개입으로 지난달 초 중단된 후 1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
에서 다시 불거진 것이다.

또 양측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등을 들먹이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두 회사의 난타전을 둘러싼 정부와 소비자단체들의 반발 또는 제재
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방광고전의 발단은 두산이 9일자 일간신문에 게재한 그린소주 광고.

두산은 이 광고에서 진로소주를 떠올리게 하는 숟가락 꽂힌 청색소주병을
"흘러간 노래"로, 그린소주를 "오늘의 노래"로 지칭했다.

더 나아가 "흘러가는 시절은 흘러가게 두시고 오늘은 부드럽게 사십시오"
라는 문구를 광고에 곁들였다.

진로는 이 광고가 나온 직후 두산에 맞대응, 10일자 신문에 "왜 그런 소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는 제목의 "참진이슬로" 광고를 내보냈다.

진로는 광고에서 "그런"을 "그린"처럼 읽힐수 있는 명조체의 녹색글씨로
처리해 독자들이 "왜 그린소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고 착각할수 있도록
했다.

이 광고가 나가자 두산측은 진로가 비방광고를 실었다며 공정거래위 제소
등을 고려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또 옛날 소주병은 거의 모두가 청색병을 사용했다며 광고 속의 숟가락 꽂은
병이 진로소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로측은 이에 대해 두산의 그린소주가 주로 수도권지역에서
진로소주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 문제의 청색병은 진로소주를 지칭한
것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또 두산이 앞으로 계속 이 광고를 내보낼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마다
대응광고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험한 입씨름을 불사하게 된 데는 소주시장에서의 날카로운
감정대립과 함께 맥주시장 쟁탈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진로쿠어스맥주의 배종규 공동관리인은 9일 국제공개입찰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두산의 OB맥주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OB맥주 영업사원들이 주류도매상을 찾아다니며 진로쿠어스가 조만간
OB에 넘어간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OB영업사원들이 카스맥주를 팔지 말고 자사제품을 취급하라고 종용,
가뜩이나 어려운 진로의 회사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회사의 감정대립이 워낙 첨예한 점을 지적, 광고싸움이
외부반발에 밀려 물밑으로 가라앉더라도 언제고 다시 불붙을 소지가 큰 것
으로 보고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