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언비어의 메커니즘 .. 김형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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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악성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는데 들어봤나?"
"아니, 어떤 내용인데?"
"신문에도 났는데 못 봤나. 경상도에 있는 공장 뜯어다 전라도에 짓는대나"
"그래? 나는 처음들어본 소리야"
"경상도 지역에 심하긴 심한 모양이야. 안동에 사는 우리 장모까지도 그런
얘길 하더라고. 고위층 욕하면 모기관에서 잡아간다는 소문까지 나돈다는
거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들은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악성루머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회의등 여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게 주류를 이루는 탓이다.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
"전라도에는 실업이 없다"
"호남은 지금 호황이다"
"빅딜은 영남기업 죽이기다"
"영남출신 고위관료들은 모두 옷을 벗긴다" 등등.
유언비어란 사실여부를 가릴 수 없는 근거없는 소문이다.
그것은 진짜 뺨칠 정도로 둔갑하고 나타난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도 세사람이 하면 믿게 된다.
바로 삼인성호.
유언비어는 닫힌 사회일수록 판을 친다는게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거 유신체제나 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는 확실히 그랬다.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할 때 "유비통신"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일부 정권들은 여론조작 수단으로 그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사회는 그만큼 유언비어에 약하다.
유비통신은 권위주의 치하에서 막힌 언로를 뚫어주는 기능도 했다.
하지만 그 폐해가 너무 크다.
민주화가 되면 루머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문민정부라는 YS시절을 뒤돌아 보자.
한보 삼미의 부도이후 기업들은 "연쇄 부도설"로 시달려야만 했다.
"한보 리스트"가 나온 것도 그 때다.
우리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에도 대기업 부도설은 끊이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출범이후에는 빅딜에 따른 "대기업 살생부"가 재계와 금융계를
강타했다.
이런 악성루머는 대개 증권시장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곤 했다.
정부는 악성루머로 경제가 마비되자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 97년 12월 김태정 검찰총장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지시"를
발표했고 대대적으로 유언비어 단속에 나섰다.
기업부도설등 유언비어를 조작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반국가적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가에 나돌던 각종 정보지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오석홍 서울대 교수가 분석한 루머의 생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루머는 대형의혹사건이 밝혀지지 않은 때, 정국이 혼미할 때, 경제난등
세상이 불안할 때 횡행한다는 것.
그는 루머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한다.
권력에 의한 진실 은폐, 악의적 동기에 의한 조작, 정보전달 장애로 인한
정확성 상실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최초의 악성루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게 아닐까.
그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병들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병은 불신에서 나온다.
불신-유언비어-국력소모의 악순환고리를 하루 빨리 끊어야 한다.
그 일은 유언비어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치 경제 풍토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나라를 유지하는데 군사보다도 믿음(신)이라고 갈파한 공자의 말씀을 정치
지도자들은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 kimh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
"아니, 어떤 내용인데?"
"신문에도 났는데 못 봤나. 경상도에 있는 공장 뜯어다 전라도에 짓는대나"
"그래? 나는 처음들어본 소리야"
"경상도 지역에 심하긴 심한 모양이야. 안동에 사는 우리 장모까지도 그런
얘길 하더라고. 고위층 욕하면 모기관에서 잡아간다는 소문까지 나돈다는
거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들은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악성루머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회의등 여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게 주류를 이루는 탓이다.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
"전라도에는 실업이 없다"
"호남은 지금 호황이다"
"빅딜은 영남기업 죽이기다"
"영남출신 고위관료들은 모두 옷을 벗긴다" 등등.
유언비어란 사실여부를 가릴 수 없는 근거없는 소문이다.
그것은 진짜 뺨칠 정도로 둔갑하고 나타난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왔다는 말도 세사람이 하면 믿게 된다.
바로 삼인성호.
유언비어는 닫힌 사회일수록 판을 친다는게 사회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거 유신체제나 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는 확실히 그랬다.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할 때 "유비통신"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일부 정권들은 여론조작 수단으로 그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우리사회는 그만큼 유언비어에 약하다.
유비통신은 권위주의 치하에서 막힌 언로를 뚫어주는 기능도 했다.
하지만 그 폐해가 너무 크다.
민주화가 되면 루머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문민정부라는 YS시절을 뒤돌아 보자.
한보 삼미의 부도이후 기업들은 "연쇄 부도설"로 시달려야만 했다.
"한보 리스트"가 나온 것도 그 때다.
우리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에도 대기업 부도설은 끊이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출범이후에는 빅딜에 따른 "대기업 살생부"가 재계와 금융계를
강타했다.
이런 악성루머는 대개 증권시장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곤 했다.
정부는 악성루머로 경제가 마비되자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 97년 12월 김태정 검찰총장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지시"를
발표했고 대대적으로 유언비어 단속에 나섰다.
기업부도설등 유언비어를 조작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반국가적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가에 나돌던 각종 정보지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오석홍 서울대 교수가 분석한 루머의 생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루머는 대형의혹사건이 밝혀지지 않은 때, 정국이 혼미할 때, 경제난등
세상이 불안할 때 횡행한다는 것.
그는 루머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한다.
권력에 의한 진실 은폐, 악의적 동기에 의한 조작, 정보전달 장애로 인한
정확성 상실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최초의 악성루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게 아닐까.
그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병들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병은 불신에서 나온다.
불신-유언비어-국력소모의 악순환고리를 하루 빨리 끊어야 한다.
그 일은 유언비어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치 경제 풍토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나라를 유지하는데 군사보다도 믿음(신)이라고 갈파한 공자의 말씀을 정치
지도자들은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 kimh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