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대 < 서초건설 사장 >

"집이요? 당연히 지금 사야지요. 요즘처럼 집사기 좋은 때가 어디있습니까"

중견주택업체인 서초건설 김성대(54) 사장의 시원스런 답변이다.

이웃집 아주머니같은 편안한 인상의 김 사장은 "지금 못사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말한다.

건설업계는 이른바 "노가다판"이라고 불린다.

현장공사가 많고 육체노동이 힘든 분야란 뜻이다.

그래서인지 여성경영인이 전국에 한두명정도 있을뿐이다.

이런 거친 분야에서 외형 1백50억원대의 회사를 일궈낸 김 사장을 업계에선
"억척이"로 부른다.

서울 대전 원주등 각지에 퍼져있는 사업장을 돌아다니느라 바쁜 그를 서울
영동포구 서초한강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났다.

-왜 지금이 집을 살때 입니까.

"땅값 많이 떨어졌지, 미분양아파트도 많지, 모든게 반 값이잖아요.

지금이 가장 싸게 사는 걸 겁니다.

이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1~2년뒤에는 IMF이전가격을 충분히 회복할
것이고요.

금리가 내려가고 있으니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융자를 내서라도 내집
마련에 나설 때입니다"

-집도 종류가 여러가진데.

"아파트가 기준이 되겠지요.

그러나 너무 큰 집은 필요없어요.

관리비만 많이 나오고.

이제 큰 아파트를 사서 돈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25~33평형이면 한가족이 살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들도 25평아파트에서 산다는데.

이런점은 배워야 해요"

-아파트를 살때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나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게 제일입니다.

그런 집을 찾아야죠.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자재도 좋고 튼튼하게 지으니 다른 건 큰 문제
없습니다.

꼭 살펴본다면 전기설비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분양을 받는게 좋습니까, 아니면 기존 아파트를 사야 합니까.

"요즘같은 세상엔 완공된 아파트를 사야 해요.

언제 어떤 업체가 부도날지 모르잖아요.

아파트공사중에 부도가 나면 마음고생이 심하지요.

추가비용도 많이 들고.

앞으론 정부도 아파트를 다 짓고 팔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선분양 후시공에서 선시공 후분양으로 가야지요"

-거칠기로 소문난 건설업계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큰 회사는 몰라도 중소규모의 회사는 여성들이 훨씬 잘 할수 있어요.

조심스럽고 찬찬하잖아요.

설계부터 시공까지 여성다움이 들어간 것도 성공비결중 하나로 볼수 있지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때 남자들이 잘 봐주곤해 오히려 유리한 점도 많아요.

여성이라고 못할 것 하나 없습니다.

싸울때 같이 싸우고 욕할때 같이하면 돼요.

저도 욕 잘합니다"

-IMF이후 여성들의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같습니다.

"여성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요.

정부에서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 줘야지요.

옛날에 가내공장을 무허가라고 해서 못하게 했는데 이제는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건설현장에도 여성들이 할 일이 많습니까.

"많고 말고요.

미장 타일 방수등 못할게 없습니다.

인건비는 똑같은 데 일은 더 잘해요.

일당이 보통 5만~7만원인데 그게 어딥니까.

웬만한 봉급쟁이보다 훨씬 낫지요.

사실 우리나라 주부들은 너무 일을 안해요.

서양여성들은 일을 많이해 깨진 손톱을 가리기위해 매니큐어를 바르는데
우리는 완전한 모양이잖아요"

-마음은 있어도 기술이 없어 못나서는 여성들이 많은데요.

"기술은 가면 다 배워요.

마음만 있으면 아무 문제 안됩니다.

특히 건설기술은 현장에서 배우는 겁니다.

현장이 대학이지요.

돈벌고 일배우고 얼마나 좋습니까"

-김 사장도 기술없이 뛰어들었습니까.

"저도 그랬어요.

젊었을 땐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성균관대)을 중퇴하고 경기도 이천 임업협동조합에 근무하다 정치판에
뛰어들었지요.

60년대말 유진산 총재께서 계실때 신민당에서 일했지요.

71년 대통령선거때 당시 김대중 후보를 지원하기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선거에서 지고는 고생이 많았지요.

정보기관에 끌려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왔어요.

그래서 사업쪽으로 방향을 돌렸지요.

25평형 단독주택을 지은게 첫 사업이었습니다.

꼭 20년전 얘깁니다"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인허가 받기가 참 힘들었어요.

외국같으면 며칠이면 되는 건축허가를 받기위해 1년넘게 뛰어다녀야 했지요.

집짓는 것보다 허가받기가 힘드니...

그런 쓸데없는 비용이 많이 들어 집값이 비싼 겁니다"

-가장 보람있을 때라면.

"아파트를 다 짓고 입주하는 것을 볼때입니다.

입주자들이 새집에 들어와 흐뭇해하는 것을 보면 저도 마음이 좋지요.

건설업을 하며 고용을 창출했다는 것도 개인적으론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칠때쯤 김 사장은 정부에 할말이 있다며 신문에 꼭 내달라고
두가지를 부탁했다.

집을 사서 자식에서 증여할때 일정 한도내에서는 자금출처를 묻지 말 것과
서민들에게 1~2%의 아주 싼 이자로 주택자금을 대출하라는 것.

이것만 시행되면 주택경기는 당장 내일부터 회복되고 실업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