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어느 은행장이 띄운 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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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장이 인사청탁을 배격하겠다는 내용의 사내 전자통신문을 띄워
금융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사실 내용만으로 따진
다면 인사청탁의 배격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거의
관행과 우리 금융기관이 처해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용기있는 결단이 아닌가
싶다. 광범한 인사가 뒤따르는 주총시즌을 맞아 불거져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계의 인사청탁관행은 오래전부터 만연돼온 뿌리깊은 고질병이다.
인사철만 되면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각급 권력형 기관들이 청탁과 간섭에
가세해왔다. 물론 공직을 비롯한 어느 부문에서도 그같은 인사청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융계가 유난히 심했던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또
그에 대한 반성과 배격의 목소리도 수십년 넘게 제기된바 있고, 여러가지
제도개선도 적지않게 시행돼 왔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외환위기상황을 맞아
금융개혁이 광범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그같은 관행 아닌 관행이 지속
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일 사내 전자우편을 통해 발표된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사내 통신문을
보면 그 실상이 어떤가를 알수 있다. 김 행장은 정.관계의 내로라하는 인사
들이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해 승진과 부서이동에 관한 청탁을 해오고 있어
일종의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단 한 건의 인사청탁도 사라지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다소 거친 표현의 의지까지 천명했다. 퇴출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외형상 금융개혁이 폭넓게 진행중이긴 하지만 내실있는 개혁은 아직도
멀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은행들이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려는 의지를
단단히 다짐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잘못된 인사관행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가리는 일은 쉽지않다. 권력을 이용해 청탁을 일삼는 사람의 잘못도 있지만
이를 받아주는 은행들도 결코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실력을 쌓기보다
지연 학연 혈연을 이용하려는 금융인 자신들의 부도덕함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외압을 배격하고 금융자율화를 일궈내는 것은 역시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기관 내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야한다. 현행 금융구조로 보아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기필코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소명감을
갖고 해내야 한다. 설령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들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해도
무엇보다 인사에서 독립 공정성과 자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래지않아 과거의
부실화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금융및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직도 관치금융 시비가 그치지않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당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금융기관을 정상화하고,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
금융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사실 내용만으로 따진
다면 인사청탁의 배격은 지극히 당연한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거의
관행과 우리 금융기관이 처해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용기있는 결단이 아닌가
싶다. 광범한 인사가 뒤따르는 주총시즌을 맞아 불거져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계의 인사청탁관행은 오래전부터 만연돼온 뿌리깊은 고질병이다.
인사철만 되면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각급 권력형 기관들이 청탁과 간섭에
가세해왔다. 물론 공직을 비롯한 어느 부문에서도 그같은 인사청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융계가 유난히 심했던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또
그에 대한 반성과 배격의 목소리도 수십년 넘게 제기된바 있고, 여러가지
제도개선도 적지않게 시행돼 왔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외환위기상황을 맞아
금융개혁이 광범하게 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그같은 관행 아닌 관행이 지속
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일 사내 전자우편을 통해 발표된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사내 통신문을
보면 그 실상이 어떤가를 알수 있다. 김 행장은 정.관계의 내로라하는 인사
들이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해 승진과 부서이동에 관한 청탁을 해오고 있어
일종의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단 한 건의 인사청탁도 사라지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다소 거친 표현의 의지까지 천명했다. 퇴출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외형상 금융개혁이 폭넓게 진행중이긴 하지만 내실있는 개혁은 아직도
멀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은행들이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려는 의지를
단단히 다짐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잘못된 인사관행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가리는 일은 쉽지않다. 권력을 이용해 청탁을 일삼는 사람의 잘못도 있지만
이를 받아주는 은행들도 결코 책임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실력을 쌓기보다
지연 학연 혈연을 이용하려는 금융인 자신들의 부도덕함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외압을 배격하고 금융자율화를 일궈내는 것은 역시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기관 내부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야한다. 현행 금융구조로 보아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기필코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소명감을
갖고 해내야 한다. 설령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들이 새롭게 태어난다고 해도
무엇보다 인사에서 독립 공정성과 자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래지않아 과거의
부실화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금융및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직도 관치금융 시비가 그치지않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당국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금융기관을 정상화하고,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