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명예로운 자리가 많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만큼 화려하고 권위있는 직함도 드물다.

그들은 국가와 이념을 초월해 양심과 정의를 대변하는 인물로 인정받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무비자입국을 허용하고 투숙한 호텔에는 그 위원의
나라 국기를 게양해주는 등 특별한 예우를 받는 것도 실은 그 때문이다.

스포츠계 최고 명예직답게 위원의 자격도 아무나 넘보기조차 어렵게 규정돼
있다.

"상당한 직위와 고결한 품성, 그리고 올바른 판단력과 실천력을 가지고
올림픽정신에 투철한 인사이어야 한다"는 것이 헌장에 명시된 자격이다.

1896년 창립때 15명에 불과했던 위원은 현재 1백18명으로 늘어났다.

가입국은 1백97개국이지만 80여개국만 위원직을 갖고 있으며 그 가운데
올림픽을 개최해 올림픽운동에 공이 큰 우리나라등 19개국은 위원이 2명씩
이다.

위원은 현재 66년이전에 선출된 종신위원, 75세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정년위원, 올림픽운동에 크게 기여해 위원장이 재량으로 추천한 10여명의
인사 등 84개국 1백18명으로 구성돼 있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총회가 있지만 위원장 부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집행위원이 사실상 세계 스포츠계를 지배하는 내각역할을 한다.

올림픽의 주최기관으로 개최도시 선정에 막강한 권위와 권력을 휘두르던
IOC 위원들의 명예가 뇌물과 섹스추문으로 걷잡을 수 없이 더럽혀지고 있다.

이미 4명은 사퇴했지만 축출대상 9명가운데 사퇴권고를 받은 6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어서 대륙.인종간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가 하면
사마란치 위원장 자신이 뇌물스캔들에 연루돼 사임압력을 받는 등 벼랑끝에
서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동.서냉전의 벽을 허물고 올림픽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공을 쌓았다.

그러나 올림픽에 상업주의를 끌어들여 애틀랜타대회이후 올림픽을
흥청거리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세번이나 연임하면서 18년동안 장기집권으로 올림픽정신을 병들게 했다는
비판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가 지난 96년 미국의 한 케이블TV와의 대담에서 "올림픽운동은
가톨릭교회보다 더 중요하다"고 공언했을 때 그는 스포츠귀족으로서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세계의 양심과 정의를 대변해야 할 IOC위원들의 뇌물비리는 IOC위원의
명예와 권위는 어디까지나 장사꾼의 사적 이익추구를 위한 아집에서 벗어나야
유지된다.

1백여년의 전통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IOC의 개혁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