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으로 창업, 8년6개월만에 기업가치를 6백억원으로 끌어올린
김형순 로커스사장은 한국판 벤처드림을 실현한 대표적인 성공사례의 하나다.
한국경제신문과 KTB 과학기술부가 공동주관하는 벤처기업상 수상자이기도 한
김 사장의 로커스주식 34%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천6백만달러를 투자키로 한
영국 자딘플레밍 일렉트라는 경영에는 참여치않고 국내증시나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을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학도이면서도 CTI(컴퓨터전화통합) 시장을 석권하는 발군의 기술력을
일구어낸 김 사장도 놀랍지만,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자딘플레밍 일렉트라의
결정 또한 대단하다. 기술력 경영능력을 감안할 때 2~3년안에 주가가 투자액
보다 3배이상 오를 것이라는 판단아래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지만, 정말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벤처기업인에 못지않게 그들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 기술력과 꿈을 사려는 벤처캐피털이 있어야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성공적인 벤처기업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결코 없지않다. 창립 4년만에
4천5백만달러를 받고 지분 51%를 미국 모토로라에 넘긴 어필텔레콤의 이가형
사장, 미국4위 인터넷업체인 PSI에 지분을 넘긴 국내인터넷 분야 선두주자
아이네트 허진호 사장 등도 그중 하나다. 이들 벤처기업인 성공사례의 공통
적인 특징은 외국계 벤처캐피털이 그들의 꿈을 샀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 국내 벤처캐피털이 제구실을 못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비논리적
이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창업투자회사가 70개에 가깝고 창업및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에인절)도 적지않은 숫자이지만 수요에 비해
벤처자금 공급이 극히 미흡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창업투자회사의 경우
투자보다는 융자로 주종업무를 바꾼 것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기도 하다.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벤처기업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IMF이후의 금융환경도 벤처자금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일 게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신
수탁고가 급증하는 등 마땅한 투자선을 찾지못한 개인자금이 적지않은 양상인
데도 벤처자금공급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벤처기업 활성화는 개인여유자금을 이쪽으로 유치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본다.

개인투자조합 결성요건을 완화하고 벤처자금에 대한 세제상 우대조치를
취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
하다.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손실에 대한 소득공제 등
세제우대를 확대하는 방안이 긴요하다. 국내투자자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할
추가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