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는 아직까지 큰 눈이 내리지 않았다.

스키장들은 비싼 전기료를 들여 인공눈을 만드느라 울상인 반면 동해안을
오가는 버스회사들은 원활한 차량소통으로 희색이라고 한다.

이처럼 날씨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생활과 조직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날씨에 관한 정보는 개인의 휴가나 여가활동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정치적인 일정을 정하는데까지 필수적으로 고려대상이 된다.

어쩌다가 기상예보가 틀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의 항의전화가 기상대에
빗발친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 기상대가 슈퍼 컴퓨터를 도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상예보에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비(혹은 눈)가
내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7년6월부터 강우예보를 확률(%)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비가 올 확률이 예를 들어 50%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떤 사람들은 기상예보관 10명중에서 5명은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5명은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일 비가 올 확률이 50%라는 것은 바로 경험적 확률을 말한다.

즉 내일의 기상조건과 유사했던 과거의 많은 사례들을 조사했더니 그런 날들
중에서 절반(50%)은 비가 왔다는 의미다.

기상예측에는 과거자료 뿐만 아니라 기상상황에 대한 예보관의 노련한
경험도 함께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런 다양한 정보들을 결합해 컴퓨터 모델로 확률을 계산한다면
기상예측이 더욱 정확하게 된다.

참고로 미국 기상청에서는 풍향 풍속 기압 등 대기의 움직임에 대한 몇개의
컴퓨터 모델로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해 발표한다.

비가 올 확률에 대해 사람들이 민감한 이유중 하나는 과연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비 올 확률이 50%보다 작으면 우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확률이 50% 보다 높다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확률이 정확히 50%라면 어떻게 할까.

차를 운전하다가 우연히 라디오를 켰더니 DJ를 보고 있던 배철수씨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내일 날씨 예보가 이상하네요, 비 올 확률이 50%라고 해요. 이런 날은
조심하세요. 비 올 확률이 50%인 날은 우산 잃어버릴 확률이 1백%이거든요"

이런 날에는 우산을 갖고 나갔다가 대부분 잃어버리고 들어온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고민할 필요없이 간단히 동전을 던져 결정하면 된다.

이에는 이로, 확률에는 확률로 대항하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우산의 소지여부를 결정하더라도 우산을
안갖고 나가 불편했거나 우산을 갖고 나갔다가 잃어버린 경험들만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그리고는 소위 "머피의 법칙"이 작용해 낭패를 보았다고 투덜댈 것이다.

김진호 < 공군사관학교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