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환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국 부실금융기관의
잇따른 파산 및 위안화 약세로 또다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그만큼 현재의
국제금융시장은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
됐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우리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목해야 하겠다.

우선 중국당국의 부실금융기관 정리로 가중되고 있는 금융불안이 주목된다.
지난해 10월7일 광둥국제투자신탁공사(GITIC)의 파산을 시작으로 광저우투신
광둥화교투신 다렌투신 등 중국전역의 투신사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최종
정리계획은 오는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인데 현재
2백42개인 투신사중 40여개만 살아 남으리라고 한다.

하지만 97년말 현재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4대 국유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1백73억달러를 포함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40%인
2천7백억~3천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되는 전체 부실채권 규모에 비하면
투신사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처럼 엄청난 부실채권의 주범은 중국 GDP의 34%, 대외무역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유기업들이다. 이들은 지난 95년기준으로 평균부채비율이
5백70%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상당수가 만성적인 경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당국은 지난해 10월초에 열린 공산당 제15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국유기업의 개혁을 위해 대대적인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적극적
인 내수경기 부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약
3백8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국내외 금융불안이
지속되면 이같은 대규모 국채발행 계획을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투신사 파산사태로 수십억 달러의 외자가 중국에서 빠져 나갔으며 지난해
무역규모도 지난 83년이후 처음으로 0.4% 줄었다.

만일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내수경기 부양마저 어렵다면 중국정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위안화 평가절하 뿐이다. 다행히 중국의 외환통제가 엄격하고
외환보유고도 1천4백50억달러나 돼 아직까지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문제는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위협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핵심과제다.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압력에 굴복하거나 투기공세를 막는 과정에서 외환
보유고가 크게 줄어든다면 위안화 절하로 인해 동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단기적으로 스왑협정 등을 통해 비상시에 대비한 외환
동원능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지나친 환율등락을 막기 위해 외환수급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어느정도 하락해도 버틸 수
있도록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임임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