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시장이 다각 경쟁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종전의 기존및 신설생보사간 구분도 없어지고 있다.

한국 생명보험산업을 리드해온 생보 빅3는 보험박물관에나 보관되는
구시대의 유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손보업계도 대형사와 중.하위사의 경계선이 없어지면서 합종연횡이라는
수순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동 쌍용 대한 국제등 이른바 중소형사들은 전략적 제휴 또는 외자
유치라는 수단을 통해 새로운 진용을 짜야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환골탈태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휘몰아치는 이같은 분위기는 얼마전 생보시장에서
먼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광주에 본사를 둔 금호생명은 최근 미국 하트포드생명과의 자본 제휴를
선언했다.

외견상으론 금호생명이 외자유치를 통해 전국을 무대로 하는 견실한 중견
보험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금호생명의 외자유치 선언을 국내 보험시장의 새로운
경쟁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정 보험사가 외자유치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았다는 것 이상의 뜻을
지녔다는 것이다.

보험시장에 가장 큰 파장을 몰고올 외자유치는 생보 빅3중의 하나인 대한
생명과 미국의 거대 보험그룹 메트로폴리탄간에 진행되고 있는 것.

자본 규모도 10억달러라는 거액인 데다 협상 쌍방 모두 자이언츠라는 점이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미 국내시장에 튼튼한 뿌리를 내린 대한생명과 선진기법으로 무장한
메트로폴리탄의 만남은 보험시장은 물론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메가톤급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 국민생명과 뉴욕생명간의 합작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민과 뉴욕의 합작까지 이뤄지면 보험시장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보험산업의 2차구조조정을 앞당긴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경영정상화 이행계획서를 낸 7개 생보사에 대한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처리방법은 몇몇 보험사를 묶어 해외에 내다 파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보험시장의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또다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대기업의 추가 진출이다.

LG는 금융 부문을 주요 업종으로 키운다는 방침 아래 LG화재를 앞세워
신설생보사를 세운 다음 연고가 있는 부산의 한성생명을 흡수 합병한다는
계획서를 정부에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다.

아직 생보사가 없는 현대의 움직임도 탐지되고 있다.

한국생명과의 연을 앞세워 생보업계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다크호스는 또 있다.

한국푸르덴셜 네덜란드등 이미 국내시장에 진입,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한
외국 생보사의 발걸음도 심상치 않다.

보험시장을 둘러싼 이같은 여건은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을 연상케하고 있다.

어쩌면 80년대말 보험시장 개방조치를 제2의 강화도조약으로 표현했던
당국자들의 감회는 10년이 지난 요즘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삼성 교보 제일 흥국생명등 국내 대형 생보사와 삼성 동부 LG 동양등
메이저 손보사들로선 힘겨운 싸움이 되리란 어두운 전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대응 자세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후발사 그룹중 선두 주자격인 신한생명의 유성근 사장은 "총자산 보유계약
등 외형지표의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론 자산운용 수익률등을
감안한 이익개념 중심으로 모든 경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실 위주의 경영만이 치열한 경쟁시대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올 상반기중으로 금호생명에 1억달러의 자본을 투입키로 한 하트포드생명의
경우를 보자.

지난 1810년 설립된 미국 대형보험사중 하나인 이 회사는 개인연금 변액보
험분야에서 미국내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뮤추얼펀드 시장에서도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자본 제휴를 계기로 하트포드가 자신들의 선진기법을 무기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금호가 대주주인 하트포드사의 강점인 개인연금및 변액보험시장에
중점을 둔 특화전략을 펼 경우 백화점식 영업 위주의 국내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업계 재편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국내 보험사의 전략 전술이 얼마나 바뀌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합병 퇴출이란 최후의 수단을 통해 전면 개편됐다.

자산 1백조원의 대형은행이 탄생했는가하면 소매금융으로 특화된 은행과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금융전업그룹을 표방하는 은행들이 등장했다.

또 전국에 점포망을 둔 외국계 은행(제일.서울은행)이 본격적인 시장몰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증권 투신분야도 개혁의 바람속에 외국자본까지 참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부터 출범한 통합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에 새로운 모습을 요구할
것이다.

이미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감독정책을
수행할 것임을 밝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 보험업계는 유통혁명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대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고객만족이 아니라 고객을 감동시켜야 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이영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국내 보험산업도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향후 상당기간 한자릿수 저성장시대가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새로운 전략전술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산업 안팎에 불어닥친 대변화의 바람이 언제 잔잔해지면서 어떤 판도가
짜여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경제 사회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고객의 욕구에 어느 회사가 잘 대응해 나가는가에 따라 생존 기반이 좌우된다
는 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