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화에서 시간으로 ]

새 문명의 등장은 시간의 개념마저 흔들어 버리고 있다.

새 시대의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일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종횡무진이다.

속도도 일정하지 않다.

같은 거리라도 더 걸리기도 하고 특정지점에서 정지할 수도 있다.

물질과 공간과 시간이 한덩어리로 뒤섞여 구분되지 않는다.

시간도 주변과 상호작용하고, 만들고 줄이고 늘리는 "창시세계"다.

세상이 다 바뀌어도 시간만은 변하지 않는게 물질의 세계였다.

시간은 절대적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같은 속도(등속)로 직진했다.

순간에서 순간이나 토막 토막은 항상 같았다.

그러나 과학혁명은 시간도 상대적 변화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가 시간도 압축과 연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
(상대성 원리)했다.

초고밀도의 중력장에선 시간도 휘거나 멈춘다는 논리다.

물질과 시간과 공간이 나누어지지 않는 새로운 시공질서다.

시간의 상대성은 난해한 물리학적 개념만은 아니다.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되면서 현실영역으로 다가와 있다.

쓰기에 따라 1년을 1시간으로 좁힐 수도 있고 1시간을 1년이상으로 늘려
쓸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비트를 압축하고 확장하는 기술은 시간조절의 무한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현실세계에선 서비스의 이용시간을 확장하거나 인공적으로 전이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달라진 시간 개념은 이미 "시간의 품질관리"라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경제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물질의 세계에선 재화의 품질이 경쟁력이었다.

그 결과는 "가처분 소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창시세계에선 시간의 품질이 경쟁력이다.

"가처분 시간"을 얼마나 만들어 주느냐가 관건이다.

쓸수 있는 시간을 극대화시키고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다.

재화를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재화를 사용하는 시대다.

시간과의 싸움은 기업경영에 새로운 속도개념을 주입시키고 있다.

과거의 스피드는 단순한 "속도"만을 의미했다.

무슨 일이든 "빨리" 하면 됐다.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생사를 결정했다.

물리적 시간의 양만을 고려하면 됐다.

하지만 이것은 외형팽창도가 시장지배력을 좌우할 때의 논리다.

시장참여자가 적어 "선점"만으로 만사가 풀릴 때의 얘기다.

지금은 운동경기에서나 적용된다.

산업시대의 무리한 속도전은 부실과 졸속만 양산한채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등장한 새로운 스피드의 개념이 "먼저" "제때" "자주"다.

"먼저"는 달리기 경기와 달리 남보다 앞서 출발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조기에 찾아내 사전에 준비하는 자세다.

경영환경 변화를 앞서 읽어내는게 "먼저" 경영이다.

행동시점은 "제때"다.

먼저 한다고 다 좋은게 아니다.

새 상품은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나와야 한다.

서비스는 제때 제공되는게 중요하다.

부품은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

자금도 무조건 많이 조달하는 것은 손해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있어야 비용이 최소화 된다.

바로 타이밍이다.

그리고 과정은 "자주"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한가지 상품만 고집해선 안된다.

고객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상품을 시시때때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경영요소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신개념의 "스피드 경영"이다.

시간에 대한 품질관리다.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시테크"의 차원을 넘는다.

상품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의 시간효용을 극대화시켜 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요구된다.

시간을 쪼개고 늘리고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기능만 뛰어나선 안된다.

현대의 시간은 이미 그 자체로 상품화되고 있는 무한한 시장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의 시장은 24시간 열려 있다.

돈은 조그마한 이윤을 좇아 쉼없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닌다.

24시간 "온(on)" 상태인 컴퓨터를 어느 시점에 클릭하느냐로 승부가
판가름 난다.

시간차에 따른 기회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이미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 아니다.

지난 10년동안의 변화가 과거 1천년간의 변화보다 컸다.

앞으로 5년간의 변화는 얼마나 될지 모른다.

시간은 세분화될 수 밖에 없다.

이젠 10억분의 1초 단위인 나노(nano)초까지 관리해야할 시간의 범주로
들어 왔다.

뉴 밀레니엄의 시간여행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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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드 경영 포인트 ]

<> 먼저(기회선점경영)
-유망사업 조기 발굴
-사전준비, 선행투자
-경영환경 변화 조기파악

<> 제때(타이밍경영)
-신상품 적기 출시
-부품 납기준수
-자금 정정규모, 적기 조달
-서비스 제때 제공

<> 자주(유연경영)
-경영과정 수시 체크
-1일 결산체제 구축
-자산 회전율 제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