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 서울대 교수. 경영학 >

지난 한햇동안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허덕이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등을
통해 생존전략 수립에 급급하고 있는 동안 선진국의 기업들은 새로운 천년에
대비하며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선진국 기업들이 전자상거래(E-Commerce)를 통해 시간
과 공간을 넘어서 시도 때도 없이 성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인터넷
을 통해 선물을 판매함으로써 매출을 몇배씩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제까지 선진국의 소수 소비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으로 생각되었던 인터넷
상거래가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확산돼 판매금액이나 거래자의 숫자가 기하급
수적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인터넷 시장은 처음에는 책이나 CD에서 장난감같은 제품
의 거래에서 시작돼 식품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가전제품에서 유행하는 옷
까지 대부분의 소비제품이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상점에서 냉장고나 블루진을 사서 사용한다는 것이 선진국 국민들에
게는 하나도 생소한 것이 아니다.

이같은 전자상거래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내의 시장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전세계 국민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글자 그대로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고 공간을 초월해 사업을 하는 것이 바로
전자상거래이다.

인터넷에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따라 기업의 경영여건에 몇가지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첫째 전자상거래가 정착됨에 따라 과거의 상거래 방법이나 관례가 완전히
변하고 있다.

한 예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과거와
같이 가전제품 대리점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에 필요했던 상점이나 임차료,
인력이나 임금의 지불이 필요없게 된다.

즉 인터넷상에서 주문받아 제품이 보관돼 있는 창고에 정확히 거래내역을
연락해 배달하게 하고 대금은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즉시 수령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소비자가 구입하고 싶은 제품을 입력시키면 새로 개발된 소프트
웨어가 전세계 인터넷 상점을 조사해 누가 그 제품을 제일 싸게 판매하려고
하는지 알려주게 된다.

이제까지 상거래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가 사용해 줄 것인
가 하고 찾는 것이라면, 전자상거래에서는 소비자가 이런 제품을 찾고 있는
데 누가 제일 싸게 팔겠느냐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둘째 전자상거래의 정착은 기업의 판도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60만명의 종업원을 가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 주식의 싯가총액이 5백24억달러이다.

반면 인터넷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AOL사는 1만명의 사원만 가지고 있으면
서도 주식시장의 싯가총액이 GM보다 많은 6백64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 사용자가 모두 알고있는 야후(Yahoo)는 직원이 6백7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회사 주식의 싯가총액은 3백39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반면 그 유명한 보잉사는 23만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싯가총액은 3백58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전자상거래가 세계 경제와 기업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
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는 생활속에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으며
상점이나 직원없이도 얼마든지 대규모 기업을 일으킬 수 있도록 거래방식도
바꾸어 놓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단순히 소비자 제품을 중심으로 직거래되는 것만이 아니고
기업간의 원료나 부품 기계 등의 거래가 전체 전자상거래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나 기업이 IMF체제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안에 선진국 기업들은 전자상거래를 발판으로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저 앞을 달리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늦은 감은 있지만 전자상거래에 도전해 새로운 경제
여건과 조류에 대비해야 한다.

기업들에 있어 전자상거래의 시작은 마치 신천지의 발견과 같다.

우리 모두가 여기에 도전하고 기회를 추구해 신천지에 따르는 위험을
극복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